‘신영석X타이스’ 비록 방식은 달라도, 우리는 한국전력을 사랑합니다!
- 남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3-10-27 00:00:25
시즌 초반부터 큰 고비가 찾아왔지만, 타이스와 신영석은 함께 그 고비를 극복했다. 그리고는 각자의 방식으로 팀에 대한 애정을 표출했다.
한국전력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작은 험난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시즌에 돌입했지만 뜻밖의 개막 후 2연패를 당했다. 그것도 모두 뼈아픈 역전패였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했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의 악몽 같았던 9연패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한국전력은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을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처진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아야 했다.
떨어진 사기 속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미션이었지만, 한국전력은 그 미션을 해냈다. 세트스코어 3-2(22-25, 25-23, 18-25, 27-25, 15-13)로 현대캐피탈을 꺾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와 신영석이 있었다. 타이스는 팀 내 최다인 32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59.18%로 높았다. 신영석 역시 75%의 공격 성공률로 11점을 보태며 타이스의 뒤를 받쳤다.
경기 후 두 선수가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승리 소감을 들려달라는 질문에 익살스럽게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며 먼저 입을 연 신영석은 “완전체로 연습한 기간이 거의 5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이 힘들 거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위기가 일찍 찾아왔다. 이번 경기는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이번 경기를 졌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무너졌을 거고, 부담감은 계속 가중됐을 거다. 선수들이 이번 경기를 잘 이겨 내줘서 고참으로서 정말 고맙고, 다음 경기 상대가 무패 행진 중인 우리카드지만 이번 경기처럼 잘 뭉쳐서 이겨냈으면 한다”는 진솔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타이스도 승리 소감을 전했다. “(신)영석 프로의 말에 동의한다”며 입을 뗀 타이스는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고, 거기에 1라운드 특유의 어수선한 상황과 분위기까지 겹쳤다. 2패를 한 상태에서 치른 경기라 심적으로 부담감도 컸는데, 극복하고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타이스는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는 팀이다. 그런데 가끔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나온다. 이런 면에서는 아직도 꼭 배워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자신감도 더 찾아야 할 것 같다”며 팀에 대한 냉철한 자가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타이스의 애정어린 채찍질은 계속됐다. 그는 “우리의 전력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데 KB손해보험전도 OK금융그룹전도 경기를 좋게 시작했다가 선수들이 부담감을 갑자기 느끼면서 빠르게 처지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또 특정한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에게만 의존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앞선 두 경기의 패인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에서는) 이걸 극복하고 한 스텝 올라설 수 있는 시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타이스의 채찍질이 한 차례 지나간 뒤, 신영석이 최근 불거진 한국전력의 구단 매각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팀에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구단에서 별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배구만 열심히 해달라고 말해주셨다. 이럴 때일수록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 한국전력은 역사가 깊은 팀이고, 개인적으로도 정이 많이 가는 팀이다. 오산에는 새로운 체육관도 생기고 있다.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뒤 “저 한국전력 너무 사랑합니다. 여기가 제 마지막 팀이었으면 합니다”라며 팀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4세트 24-25에서 속공 득점을 올린 뒤 차영석의 속공을 단독 블로킹으로 잡아낸 순간에 대한 질문을 하자 민망하다는 듯 인상을 쓴 신영석은 “김명관 선수가 편안한 상황보다는 상대가 방심할 만한 순간을 노려서 속공을 많이 쓴다는 걸 영상 분석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와서 속공을 막았는데 통했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그러면서도 신영석은 “다만 블로킹을 하나 밖에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그 하나를 결정적인 순간에 잡아내면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건 기쁘다. 내 개인 기록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음 경기는 더 준비를 잘 해서 팀원들에게 이번 경기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팀원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두 선수의 한국전력과 동료들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팀을 지탱하고 또 보듬고 있는 두 선수의 다음 경기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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