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배구 선수를 꿈꾼다면, 그것이 나에겐 승리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낭만 [도드람컵]
- 남자프로배구 / 구미/김희수 / 2023-08-08 22:37:32
“누군가가 우리의 경기를 보고 배구 선수를 꿈꾼다면, 그게 나에게는 승리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낭만적인 이야기에서는 배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대한항공이 8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A조 예선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2(25-21, 21-25, 24-26, 25-21, 15-9)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준이 22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린 가운데, 유광우와 곽승석이 코트 곳곳에서 베테랑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팀의 뒤를 받쳤다. 함께 코트를 밟은 3명의 미들블로커 이수황·진지위·조재영도 36점을 합작하며 맹활약했다.
승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보였다. 그는 “상대가 우리에 대한 대비를 잘 해온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경기 중에 몇 가지의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우리가 경기를 치르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낸 것 같다. 우리의 서브가 잘 들어간 것도 승리의 요인이었다.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서 블로킹과 수비로 승부를 볼 수 있었다”며 먼저 경기 소감을 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 팀 선수들은 오늘 미친 듯이 싸웠다고 생각한다. 훈련 때부터 나왔던 아이디어들을 경기에서 보여주기 위해, 또 하나의 공이라도 살리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선수들을 치켜세운 틸리카이넨 감독은 “내가 우리 팀 선수들을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대한항공의 팀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웬만한 범실은 웃으면서 넘겼고, 서로를 끊임없이 격려하고 끌어주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긍정적인 정신력이 있으면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물론 경기 중간에 화가 나는 상황들도 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서로를 도와가며 배구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덧붙여 “많은 분들이 우리의 배구를 보고 즐거워해주신다면 그건 매우 행복한 부분이다. 만약 우리의 경기를 보면서 누군가가 배구 선수를 꿈꿨다면 그게 이긴 거다”라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린 이준은 3세트부터 급격히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의 부진 원인이 체력적인 부분인지 기술적인 부분인지 묻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궁금하다”라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 몸 상태가 좋다고 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이준의 경우 기술은 충분했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아쉬운 결정을 한 순간들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은 이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다. 코트 안에서 어떤 선수가 힘들어 하고 있다면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계속해서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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