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정 마친 권영민 감독 “선수들이 너무 대견하다, 정말 고맙다”[PO3]
-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3-03-28 22:01:33
9연패까지 경험했던 한국전력의 ‘미라클 런’은 천안에서 멈추게 됐다. 그러나 권영민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국전력이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1-3(19-25, 19-25, 25-23, 21-25)로 패하며 이번 시즌의 여정을 마쳤다. 1주일 동안 4경기를 치러야 했던 강행군의 여파가 한국전력을 집어삼켰다. 선수들의 발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와 서재덕은 34점을 합작했고 임성진과 신영석도 각각 11점, 9점을 보탰지만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인터뷰실로 들어오는 권영민 감독의 표정에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더 짙게 묻어났다. 권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9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과 함께 성장한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은 많은 성장을 보여줬고, 고참 선수들은 팀을 이끌어주면서 많은 역할을 해줬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배구를 잘 따라줘서 고맙다. 선수들은 150%를 해줬다. 타이스가 자신의 역할을 조금 더 잘 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체력적인 문제도 분명 있었다. 다들 전체적으로 다리가 무거웠다. 그러나 모두들 너무 열심히 한 걸 알았기 때문에 해줄 말이 없었다. 3세트를 이긴 것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경기와 시즌을 돌아봤다.
권 감독은 4세트 21-24에서 서브 라인으로 향하는 서재덕을 불러 짧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 내용이 궁금했다. 권 감독은 “강하게 때리라고, 범실해도 되니까 무조건 때리라고 말했다. 상대에게 반격 당해서 지느니 우리 손으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이야기의 내용을 들려줬다.
감독으로 맞이한 첫 시즌, 권 감독은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그러나 그 경험들은 권 감독과 한국전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권 감독은 “처음 감독으로 부임해서, 트레이드도 했었고 코보컵 준우승도 했었다. 세터를 교체한다는 것이 부담은 있었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다. 타이스의 리시브를 면제시켜줘야 하는 상황에서 서재덕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쉬웠다. 9연패는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 구성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코로나 변수와 하승우의 엄지 골절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많았다. 그래도 선수들과 잘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들이 대견하다. 고맙다”고 아련한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권 감독은 “현대캐피탈도 정말 잘 했다. 나는 마음 한 켠으로는 현대 맨이다. 현대에서 10년을 넘게 뛰었으니 당연한 거다.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잘 하길 바란다”며 최고의 시리즈를 합작한 현대캐피탈에게 무운을 기원했다.
사진_천안/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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