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승리 거둔 후인정 감독 “진짜는 지금부터, 한 단계 더 좋은 경기해야 해” [벤치명암]
-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김희수 / 2023-12-06 21:46:38
후인정 감독이 지긋지긋했던 연패를 끊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다음 경기에 향해 있다.
KB손해보험이 6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0(25-20, 25-23, 25-17)으로 완파하고 12연패에서 벗어났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28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홍상혁이 11점으로 뒤를 받쳤다. 김홍정은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철벽을 세웠고, 황승빈은 군더더기 없는 경기 운영으로 연패 탈출의 지휘자로 나섰다.
모처럼 승장 자격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후인정 감독은 “솔직히 그 동안 힘들었다. 선수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에게도 너무 감사드린다. 너무 많은 응원 덕분에 선수들이 더 힘이 났을 것이다. 상대보다 더 간절했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한 것 같다. 선수들도 지금 우리가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고, 지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선수들도 나도 피하고 싶었다. 그게 동력이 된 것 같다”며 선수들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0점대 이후의 범실 증가와 결정력 저하가 항상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솔직히 이번 경기의 2세트도 마찬가지였다. 그 세트를 결국 내줬다면 경기의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그간의 문제점을 돌아본 후 감독은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이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고, 특히 비예나의 의지가 대단했다. 그 덕분에 승리했다”며 선수들의 의지를 칭찬했다.
이날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18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평소보다는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포지션을 아포짓으로 옮긴 뒤에는 존재감이 더 옅어졌다. 후 감독은 “경기 시작 전에 몸 풀 때 레오의 몸이 정말 좋아보였다. 그런데 그 동안의 경기들에서 레오가 몸 풀 때 너무 컨디션이 좋으면 오히려 본 경기에서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이번 경기도 그랬다. 배구에서는 주 공격수를 봉쇄하면 쉬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레오의 컨디션이 처지면서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긋지긋했던 연패는 끊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후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연패를 끊었지만 진짜 경기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연승에 욕심을 내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좋은 경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이번에는 잘해줬지만, 조금 더 결정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힘이 될 것이다. 특히 파이프 점유율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며 선수들과 함께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전했다.
한편 OK금융그룹은 시즌 첫 연패에 빠졌다. 레오가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다른 쪽에서의 득점 지원이 부족했다. 특히 선발로 나선 신호진이 3점을 올리는 데 그치며 3세트에는 선발 명단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 아쉬웠다. 직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송희채도 범실 5개를 저지르며 6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이 아쉬웠다. 상대의 플레이도 좋았고, 비예나를 막지 못하기도 했다. 공격도 수비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잘 안 된 날이었다”며 경기에 대한 아쉬운 총평을 내놨다.
오기노 감독은 이날의 서브에 대해서는 “서브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원래 코스 공략에 집중하면서 서브를 연습하는 팀이다. 다만 서브 이후의 수비 위치나 블록 위치 선정에서 선수들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방향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방향성은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OK금융그룹은 블로킹에서도 2-9로 크게 밀리며 높이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오기노 감독은 “상대 세터가 속공을 잘 활용했다. 또 우리는 킬 블록보다는 유효를 목표로 블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이번 경기의 경우 우리 공격수들의 공격 중 상대 블로커에 맞는 공격이 많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뒤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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