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규민이에게 공 안 주겠다” 김규민을 향한 한선수의 폭탄선언(?)
-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11-08 00:00:38
“선수 형이 요즘 공을 안 줘요.” “공을 안 주니까 점수를 블로킹으로 내던데요?” 한선수와 김규민의 ‘투닥투닥’ 케미는 여전했다.
대한항공을 지탱하는 두 베테랑 한선수와 김규민은 V-리그의 소문난 절친이자 앙숙(?)이다.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또 코트 위에서 많은 득점을 합작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나이가 무색해지는 유치한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다. 두 선수가 함께 인터뷰실을 찾는 날에는 인터뷰실이 코미디 소극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0(25-20, 26-24, 25-15) 승리를 거둔 뒤, 나란히 좋은 활약을 펼친 두 선수가 또 한 번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김규민은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8점을 올렸고, 한선수는 다채로운 경기 운영으로 상대 세터 곽명우를 상대로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한선수는 “생각보다 1라운드 승률이 좋다.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준 덕에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었다”며 1라운드를 마친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후 한선수는 본격적으로 ‘익살꾼 모드’를 발동시켰다. 조재영의 공격 점유율을 끌어올린 이유를 묻자 한선수는 “상대가 조재영을 버렸기 때문이다(웃음). 상대 미들블로커들이 (조)재영이를 버린다는 느낌의 움직임을 취하길래 조재영을 줬는데 잘 통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선수의 익살은 계속됐다. 이날 1세트 7-4에서 송희채가 3단 처리한 공을 곧바로 다이렉트 공격으로 처리한 순간에 대해 묻자 한선수는 “상대가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 짧게 3단을 넘기려고 하길래 어느 정도 준비는 했다”고 밝히며 “거기서라도 점수 내야하지 않겠나. 저는 득점 낼 기회가 많이 없으니까”라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편 김규민은 “이번 경기는 우리 팀 서버들이 잘 해준 덕에 경기에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또 상대의 플레이도 어느 정도 우리가 예측하고 준비한 대로 나왔다”고 경기를 짧게 돌아봤다. 이날 공격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2회 시도, 1회 성공)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굳이 공격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사이드에서 다른 공격수들이 잘 때리면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규민에게 “한선수에게 속공을 좀 더 달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냐”고 묻자 그는 “욕심은 있고 주라고 사인은 내는데, 사이드 공격수들이 잘 해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만족하고 있다”고 약간의 아쉬움이 담긴 이야기를 내놨다. 그러자 한선수는 “(김)규민이가 주라고 할 때 주면 무조건 걸리거나 아웃”이라며 장난을 걸었다. 이에 김규민은 이런 장난이 질린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나는 형이랑 호흡이 좋은 것 같은데, 형이 요즘 공을 안 준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선수의 장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들블로커가 계속 규민이를 따라다니는 데 어떡하나. 그게 사실 미들블로커로서 최고의 역할이다. 규민이가 공을 안 주니까 블로킹으로 점수를 내더라. 앞으로도 안 줘야겠다”며 앞으로도 김규민에게 속공을 주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장난기 넘치는 인터뷰를 이어가던 한선수는 통합 우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함을 되찾았다. 그는 “끝까지 가면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서로 싫은 척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선수와 김규민은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두 선수의 끈끈함이 2라운드부터는 또 어떤 결과물들을 만들어낼지 지켜볼만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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