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레전드의 고백과 포부 “체력? 물론 떨어진다, 다만 그 속도를 늦출 것”

남자프로배구 / 안산/김희수 / 2023-02-22 22: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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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만들기 위해 제가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덧 39세가 된 한선수는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체력적 부담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한선수는 최근 두 경기 연속으로 선발 세터 자리를 유광우에게 내줬다. 대한항공의 상징이자 한국 배구의 ‘리빙 레전드’인 한선수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선수는 겸허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5라운드는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갑갑했다. 내 경기력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힌 한선수는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선발로 복귀했다.

경기 결과는 대한항공의 승리였다.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0(25-17, 25-15, 27-25)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한선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본업인 경기 운영은 물론 서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선수는 “팀이 계속해서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정도였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서 자신감을 얻고 분위기를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들려줬다.

과연 대한항공의 5라운드 부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묻자 한선수는 “이런 저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한 번에 찾아왔다. 아픈 선수도 생겼고, 우리 팀의 전체적인 리듬이 깨져버린 상황이었다.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많이 답답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한선수는 이내 다부진 말투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도 늘 극복하며 우승을 차지해왔다. 이번에도 이걸 극복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깔끔한 셧아웃 승리를 이끈 한선수였지만, 공격수들과의 호흡에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못했다. 한선수는 “속공이 안 맞는 상황이 좀 많았다. 아직은 공격수들과 전반적인 리듬을 좀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그걸 빠르게 찾으면 좋겠지만,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지금은 맞춰가는 단계다. 속공을 먼저 맞춰야 다른 공격들도 잘 맞는다. 미들블로커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현재의 호흡을 평가했다.

1985년생인 한선수는 어느덧 30대의 끝자락에 서있다. 감독인 토미 틸리카이넨(1987년생)보다도 두 살이 많다. 심지어 이번 시즌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고, 한선수 본인이 “좀 무기력하고 처지는 때가 있다. 훈련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후유증인 것 같더라”라고 밝힐 정도로 후유증도 겪었다.

여러모로 체력적인 부담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체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묻자 한선수는 “많은 분들이 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당연히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최대한 느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여유롭게 답했다. 왜 한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터의 자리를 지금껏 지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한선수는 1위 싸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다. 상대도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러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웃음). 우리가 지금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면 분명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짧고 굵은 답변만을 남겼다.

과연 ‘리빙 레전드’ 한선수의 15번째 시즌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대한항공의 6라운드 행보에 눈길이 간다.

사진_안산/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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