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았던 흥국생명, V-리그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 여자프로배구 / 박혜성 / 2023-03-29 08:00:21
도드람 2022-2023 V-리그 정규리그의 주인공은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27승 9패, 승점 82점을 기록하며 4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시작 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021-2022시즌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손을 잡았다. 여기에 배구여제 김연경이 2020-2021시즌 이후 다시 한번 흥국생명으로 합류하며 막강한 공격진을 구성했다.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국제무대에 경험을 쌓고 돌아온 이주아와 V-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김나희로 이어지는 미들블로커라인도 단단했다. 리베로 또한 리베로계 전설이라 불리는 김해란이 버티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스쿼드였다.
2021-2022시즌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이지만 시즌 개막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타 팀 감독들은 “확실한 에이스가 왔다”, “외국인 선수가 2명인 셈이다”와 같은 이유로 현대건설, GS칼텍스와 3강으로 꼽혔다.
타 팀 사령탑들의 예상대로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옐레나를 필두로 강력한 공격을 선보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흥국생명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세터와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의 주인이었다.
김연경의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로는 시즌 초반 김다은이 권순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김다은은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김다은이지만 리시브와 수비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결국 경기마다 김미연과 교체됐고 1라운드 4번째 경기인 IBK기업은행전부터는 김미연이 선발로 출전했다. 김미연은 안정적인 리시브와 수비를 보여주며 흥국생명의 공격력이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현대건설
흥국생명은 1라운드 5승 1패, 2라운드 4승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아니, 좋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연승이 끊길 생각이 없었다. 흥국생명은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건설로 인해 승점 5점 차로 2위에 올랐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3라운드 들어 GS칼텍스에 2023-2024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데리고 온 이원정이 적응기 필요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던 세터마저 보강에 성공했다.
이원정이 합류한 흥국생명은 3라운드 현대건설전에 3-1로 이기며 721일 만에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흥국생명이 3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기록한 반면 현대건설은 4승 2패를 기록하며 승점 12점 추가에 만족해야 했고 두 팀의 간격은 승점 3점 차로 좁혀졌다.
갑작스러운 권순찬 감독과의 이별
3라운드 마지막 경기 현대건설전을 승리로 가져가며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흥국생명에 뜬금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팀을 이끌고 선두 경쟁을 치르고 있던 권순찬 감독의 사퇴 소식이었다. 흥국생명은 1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팀은 당분간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월 5일 열린 GS칼텍스전은 흥국생명의 말처럼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결과는 3-2 승리.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영수 수석코치도 경기 종료 후 권순찬 감독을 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감독의 빈자리는 김대경 코치가 대행으로 채웠다.
감독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흥국생명은 하나로 뭉쳐 힘을 냈고 4라운드에서 4승 2패, 승점 12점 획득에 성공하며 현대건설과 간격을 승점 3점으로 유지했다.
드디어 올라선 순위표 최상단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기회가 찾아왔다. 5라운드 2번째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상대하게 된 것.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다면 현대건설과 승점을 동률로 만들 수 있었다. 흥국생명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22점을 올린 김연경과 20점을 올린 옐레나의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이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순위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흥국생명은 이어진 IBK기업은행전에 1-3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남은 5라운드 3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감독 자리에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부임하면서 더욱 안정을 되찾은 흥국생명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전 패배를 시작으로 5연패의 늪에 빠졌다. 결국 두 팀의 순위는 뒤바뀌었고 흥국생명이 승점 7점 차로 앞선 채 5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6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은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4경기 동안 2승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승리한 경기에서는 승점 3점을 획득했고 패한 경기 중 한 경기는 5세트 경기를 펼치며 승점 1점을 가져왔다.
현대건설은 6라운드 초반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지만 승점 3점을 얻은 건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3승 1패라는 호성적에 비해 승점 8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과 승점 6점 차로 앞서고 있던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한다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승점 1점이 아닌 승리를 위해 경기에 나섰고 3-0 완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1위 확정을 자축하는 승리를 기록했다.
4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은 이제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흥국생명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29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다.
과연 이번에도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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