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될 명승부, 최후의 승자는 한국도로공사 [CH5]

여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04-06 21: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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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걸린 최후의 일전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웃었다.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결국 2022-2023 시즌의 왕좌에 등극했다.

한국도로공사가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꺾고 마침내 왕좌에 올랐다. 그야말로 전율이 돋는 경기였다. 경기 초반부터 박정아와 배유나가 고전하며 1세트를 내줬지만,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묵묵히 버티는 사이 두 선수가 경기력을 회복하며 역으로 흥국생명을 몰아붙였다.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1, 2차전을 모두 내줬던 삼산체육관에서조차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하며 V-리그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결국 기적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1세트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흐름이 좋았지만, 2, 3세트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다. 특히 23-20으로 앞섰던 3세트를 역전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경기 중반부터 나온 잦은 범실도 뼈아팠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65점을 합작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1세트 경기 결과 – 흥국생명 25 : 23 한국도로공사 – 박정아와 배유나를 틀어막은 흥국생명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1점, 공격 성공률 7.69%
한국도로공사 배유나: 공격 득점 0점, 범실 2개

1세트 초반, 이윤정이 급격히 흔들리며 한국도로공사가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위에서 출발한 박정아에게 공격 점유율을 몰아주던 이윤정은 박정아의 공격이 계속 흥국생명의 수비에 걸리자 배유나 쪽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이윤정은 박정아가 후위로 물러나자 배유나 위주의 경기 운영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았다. 흥국생명의 블로커들과 수비수들이 배유나를 철저히 견제했다. 위기의 한국도로공사를 구한 것은 맏언니 정대영이었다. 7-9에서 블로킹과 다이렉트 공격 득점을 연달아 터뜨리며 반격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매서운 서브로 꾸준히 리드를 지켰다. 김미연, 이주아, 이원정이 계속해서 서브로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오픈 상황을 책임져줘야 할 박정아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박정아의 공격은 계속해서 김해란의 디그에 걸렸고, 이는 옐레나의 반격으로 이어지며 점수 차는 19-12까지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예은이 서브 득점과 결정적인 디그를 선보이며 추격을 진두지휘했지만, 20점 이후 터진 옐레나의 결정적인 서브 득점으로 21-24 세트 포인트에 몰렸다. 결국 옐레나가 24-23에서 백어택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며 1세트는 흥국생명의 차지가 됐다.

2세트 경기 결과 – 흥국생명 23 : 25 한국도로공사 – ‘배똘과정삼’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5점, 공격 성공률 50%
한국도로공사 배유나: 8점, 공격 성공률 58.33%, 블로킹 1개
흥국생명 김연경: 11점, 공격 성공률 57.89%

2세트는 1세트와 달리 두 팀이 초반부터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한국도로공사는 배유나가 팀 공격을 이끌었다. 치열한 흐름 속에서 먼저 치고 나간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이주아와 김연경의 연속 범실로 흔들리는 흥국생명을 배유나와 캣벨이 연속 득점으로 몰아붙이며 16-12까지 앞서갔다. 문정원과 임명옥의 연이은 디그도 큰 힘이 됐다. 반면 흥국생명은 캣벨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며 계속해서 뒤처졌다.

한국도로공사는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캣벨의 폭발적인 공격으로 얻은 리드를 꾸준히 지켰다. 흥국생명은 이원정과 옐레나를 빼고 김다은과 김다솔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한국도로공사는 흔들리지 않고 캣벨의 득점으로 20점에 선착했다. 그렇게 한국도로공사의 승기가 굳어지나 싶던 순간, 흥국생명이 매서운 추격을 시도했다. 김연경과 김다은이 연달아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18-20까지 점수 차를 좁혔고, 여기에 이주아의 네트를 맞고 떨어지는 행운의 서브 득점과 김연경의 날렵한 공격까지 나오며 급기야 20-20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2세트도 1세트와 같이 막판 대혼전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1세트에 부진했던 박정아와 배유나가 24점째와 25점째를 책임지며 25-23으로 한국도로공사가 반격에 성공했다.
 

3세트 경기 결과 – 흥국생명 23 : 25 한국도로공사 – 한국도로공사는 기적이 익숙하다!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20-23에서 연속 5득점으로 역전승
범실: 흥국생명 8개 – 한국도로공사 4개

세트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3세트, 흥국생명이 먼저 기세를 올렸다. 세트가 시작하자마자 김미연의 서브 차례에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3-0으로 앞서 갔고, 옐레나가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한국도로공사도 캣벨의 활약을 앞세워 크게 뒤처지지 않고 추격을 이어갔지만, 옐레나의 맹활약으로 인해 동점이나 역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트 중반까지도 흥국생명이 3~4점 정도를 앞서는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계속해서 페이스를 유지하던 한국도로공사는 20점대에 들어가기 직전 추격에 가속을 붙였다. 14-18에서 문정원의 노련한 오픈 처리와 정대영의 블로킹으로 2점 차를 만들며 흥국생명을 압박했다. 그러나 김연경이 한국도로공사의 추격 흐름을 끊어버렸다. 19-17에서 스피드와 기술이 돋보이는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렇게 다시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압도하는 듯 했으나, 세트 막바지 옐레나와 김미연의 연속 범실이 나오며 분위기가 조금씩 이상해지더니 급기야 23-23에서 옐레나가 또 한 차례 범실을 저지르며 한국도로공사가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4-23에서 문정원의 결정적인 디그를 캣벨이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며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4세트 경기 결과 – 흥국생명 23 : 25 한국도로공사 – 역사에 기록될 5세트가 다가온다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공격 시도 22회
흥국생명: 23-23에서 2연속 득점(김연경-옐레나)

위기에 몰린 흥국생명은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채연의 블로킹 득점과 옐레나의 매서운 직선 공격으로 7-3을 만들며 흐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4세트에 기적을 만든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수비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반격을 성공시키거나 흥국생명의 범실을 유도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반격 득점과 김미연의 범실로 9-9 동점을 만들며 다시 기세를 올렸고, 문정원의 디그를 캣벨이 과감한 2단 공격으로 마무리하며 11-10 역전까지 성공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흥국생명은 빠르게 분위기를 추스르며 반격에 나섰다. 13-14에서 옐레나가 직선 공격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15-14를 만들었다. 이후 17-17에서 박정아가 2연속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흥국생명에게 5세트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봄 배구 좀비’ 한국도로공사가 또 다시 일어섰다. 박정아의 처절한 득점과 김다은의 범실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은 당연하다는 듯 20점 이후 또 한 번의 처절한 승부를 펼쳤다. 먼저 24점에 도착한 쪽은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이 투 블록을 뚫어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무리는 옐레나의 몫이었다. 결국 챔피언결정전은 최후의 최후인 5세트를 향했다.

5세트 경기 결과 – 흥국생명 13 : 15 한국도로공사 – 마침내 완성된 ‘미라클 런’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챔피언십 포인트 득점

운명의 5세트, 한국도로공사가 시작부터 기세를 올렸다. 박정아의 서브 득점과 캣벨의 재치 있는 공격으로 2-0을 만들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흥국생명도 김연경을 앞세워 반격했지만, 3-5에서 김다은의 시간차 공격이 배유나의 블로킹에 막히며 초반 흐름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위기에서도 흥국생명의 저력은 대단했다. 박정아를 철저히 블로킹으로 견제하며 봉쇄한 뒤 김다은의 공격으로 반격에 성공하며 다시 1점 차로 한국도로공사를 압박했다. 그러나 박정아는 박정아였다. 기어코 퀵오픈으로 상대의 블로킹을 뚫고 도망가는 득점을 올렸다. 이후에는 캣벨의 쇼타임이었다. 까다로운 토스도 넓은 시야를 통해 빈 공간으로 가볍게 처리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을 이어갔지만, 박정아가 대각 공격으로 14-12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블로킹으로 처절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박정아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었다. 한국도로공사의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사진_인천/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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