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으로는 모자라다? 이제 얼굴로도 점수를 내는 득점 기계 나경복 “이번 시즌 유독…”
- 남자프로배구 / 안산/김희수 / 2025-02-09 20:28:28
득점 기계 나경복이 새로운 득점 루트를 개발할 기세다.
나경복은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의 시즌 중후반 돌풍을 이끄는 핵심이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조금 늦게 팀에 합류한 나경복은 조금씩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며 팀 공격에 녹아들었고, 4라운드를 기점으로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와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의 쌍포를 완벽히 구축하면서 팀의 반등에 기여하고 있다.
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도 나경복의 활약은 빛났다. 그는 48.15%의 공격 성공률로 20점을 올리며 팀 공격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서브 득점 3개‧블로킹 4개‧백어택 3개를 기록하며 역대 274호‧개인 7호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다. 나경복의 맹활약 속에 KB손해보험은 OK저축은행을 3-0(25-21, 25-20, 25-17)으로 완파하고 5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나경복은 “전날 미팅 때부터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잘했다. 준비한대로 경기가 잘 마무리돼서 기분이 좋다”고 밝은 표정으로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나경복은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박)철우 형이 이번 시즌에 트리플 크라운 한 번 해보자고 말해주셨는데, 형이 해설하는 경기에서 달성해서 다행이다(웃음). 또 어제(8일) (황)택의가 트리플 크라운 한 번 하자고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백어택이 하나 모자랐는데, 택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백어택 하나 더 때려보자면서 기회를 밀어줬다”고 두 명의 숨은 조력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날 나경복은 손이 아닌 얼굴로도 득점을 올렸다. 2세트 12-6에서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블로킹을 떴는데, 공이 손이 아닌 얼굴을 맞고 떨어지면서 득점으로 연결된 것. 다행히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잠깐의 고통을 대가로 팀의 소중한 득점과 트리플 크라운 달성 요소 하나를 챙긴 셈이 됐다. 나경복은 “이번 시즌 들어서 유독 이상하게 얼굴에 공을 많이 맞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얼굴 맞고 득점이 나와서 기뻤다”며 환하게 웃어보인 나경복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나경복이 유독 이를 악문 이유도 있었다. 직전 경기였던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 성공률이 30%를 밑돌았을 정도로 아쉬운 경기를 펼쳤기 때문. 그러나 팀이 현대캐피탈전에서 승리를 거뒀기에 이는 해프닝으로 넘어갔고, 오히려 나경복이 이번 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나경복은 “지난 경기에서 공격력이 워낙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공격 대신 다른 쪽에서 최대한 잘해보려고 노력한 경기였다. 이번 경기에서는 택의와 함께 공격 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절치부심한 채 치른 이번 경기를 돌아봤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경복은 이날 엄청난 응원을 보내준 KB손해보험 원정 팬들에게도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그는 “매 경기 먼 곳까지 찾아주셔서 보내주시는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힘이 들 때도 팬 여러분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 힘이 솟는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얼굴을 강타당하고도 득점이 났으니 기뻐하고, 먼 원정길에 오른 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는 모습에서 나경복이 배구 외적으로도 성숙하고 강인한 선수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코트 안팎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진정한 에이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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