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인과 허수봉의 간절함,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승리 “감독님께 좋은 선물 됐길”
-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하림 기자 / 2023-12-25 00:00:57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욱 뭉쳤다. 전광인과 허수봉은 여전히 봄배구를 향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9시즌 만에 감독직을 내려놨다. 구단은 “침체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잔여 시즌을 진순기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 예정인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한국전력 경기를 가졌다. 2연패 속에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했다.
선수들의 간절함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른 경기보다 집중력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23점, 허수봉 13점, 전광인이 12점을 쌓으며 팀은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전반기를 5승 13패 승점 19, 6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중요한 순간마다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득점이 터졌다. 허수봉과 전광인은 이날 경기에서 나란히 블로킹 2개와 서브에이스 1개를 기록하며 공격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나란히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에겐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가 맴돌았다.
먼저 입을 뗀 전광인은 “선수들이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더 나아진 모습을 계속 보여야 감독님께서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경기도 우리가 지도받은 대로 나가면서 계속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게 감독님한테 해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승리 소감과 함께 최태웅 감독을 생각하는 마음을 펼쳤다.
발목 부상으로 잠시 쉬어간 전광인은 5경기 만에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한 번의 교체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코트를 지켰다. 본인 상태에 대해 “관리를 많이 해서 좋아졌다. 시즌을 치르면서 잘 관리한다면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허수봉 역시 “감독님이 나가면서 선수들이 많이 슬퍼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마음을 빨리 잡고 분위기를 잡아서 경기를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만들어 놓으셨던 대로 훈련하고 플레이 하나하나를 나올 수 있도록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최태웅 감독이 팀을 떠난 뒤 이틀 만에 치른 경기였다. 어떻게든 어수선한 분위기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선수들은 코트에서 하나가 됐다. 전광인은 “감독님이 빠지면서 흔들릴 수 있고 경기에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앞으로 플레이오프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최대한 빨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오늘 경기에선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것 같다”고 했다.
허수봉은 “선수들은 분명 모든 경기를 이기려고 한다. 최근에는 아쉬웠던 경기들이 너무 많았다. 이번 경기에는 서브가 잘 들어가고, 블로킹이 뒤이으면서 힘들 때도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우리 팀 컬러가 나온 경기였다”고 복기했다.
이번 시즌 다시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아오면서 리시브부터 공격까지 가담하고 있는 허수봉이다. 리시브 효율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반면 저조한 공격 성공률이 아직 풀어야 할 과제였다.
선수 스스로도 “지금도 공격력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리시브는 (박)경민이랑 광인이 형이 내 수비 범위를 줄여줘서 편하게 받을 수 있다. 공격에서 조금 더 해줘야 우리 팀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경기 전 진순기 감독대행은 “잔여 시즌 감독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선수 별로 발전할 수 있는 개인 목표를 작성하게 했다. 순위랑 승패에 상관없이 이루기 위해 선수들이 자신의 목표를 모두 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전광인과 허수봉은 자신들이 정한 목표를 들려줬다. 먼저 전광인은 “봄배구다.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해서 몸관리, 리시브를 단계별로 나눴다. 코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게 목표다. 그만큼 몸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마지막 경기까지 하는 것이다”고, 허수봉은 “나 역시 봄배구가 목표다. 그래서 공격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추고 서브 감을 점점 올리고 있는 중이다. 강한 서브를 넣기 위해서 서브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진행된 경기에 3,267명의 관중이 천안유관순체육관을 찾았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에 두 선수 모두 “성적이 안 좋음에도 특별한 날 경기장으로 발걸음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더불어 전광인은 “우리 선수들도 많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었지만 팬분들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가 계속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린다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좋아지는 경기력 보여드리겠다. 끝까지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허수봉도 “우리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많은 팬분들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시즌 초반 안 좋은 성적으로 팬분들이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은데 선수들이 앞으로 남은 경기 많으니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으로 팬분들에게 보답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_천안/김하림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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