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면 악마가 되겠다” 김호철 감독, 미소와 함께 살벌한 멘트를 남기다 [벤치명암]
- 여자프로배구 / 화성/김희수 / 2023-12-23 19:21:36
승장 김호철 감독이 고생한 선수들에게 격려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한 마디를 보탰다.
IBK기업은행이 23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2(25-17, 25-16, 20-25, 23-25, 15-5)로 제압했다. 쉬울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어려웠던 경기였다. 1-2세트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따냈지만 3-4세트에는 현대건설의 반격에 흔들리면서 5세트에 들어섰다. 다행히 5세트에는 초반부터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완승을 거뒀고, 값진 승점 2점을 챙겼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가 36점을 터뜨리며 맹활약했고,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도 좋은 경기 운영과 개인기를 모두 선보이며 승리에 일조했다.
승장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농담을 던지며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김 감독은 “1-2세트에는 우리가 잘하기도 했고 상대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다. 3-4세트에는 맞대결이 벌어졌는데, 우리 쪽에서 들쑥날쑥한 부분들이 나왔다. 밀어붙일 때는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힘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어느 정도 각인이 된 것 같다”며 격려와 칭찬을 보탰다.
김 감독은 폰푼과 최정민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약간의 피드백을 내놨다. 그는 먼저 폰푼에 대해 “폰푼이 가끔 볼을 분배할 때 너무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다. 동료들에게 맞춰가기보다는 자신의 템포 대로 먼저 나가버리니 공격수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볼을 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폰푼은 여자부 7개 구단 세터 중 최고의 세터다. 하지만 지금 모습보다도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며 폰푼이 수정해야 할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그의 확실한 능력을 인정했다.
이어서 김 감독은 최정민에 대해서 “지금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블로킹을 더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손이 너무 빨리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직은 어린 선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방향을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는 선수다. 하지만 지금 잘해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애제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끝으로 김 감독은 달콤살벌한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이런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는 나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자는 이야기를 전했다. 선수들에게는 이런 내가 악마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악마 역할을 하겠다”며 표현과는 정반대인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편 현대건설은 10연승에 실패했다. 어떻게 보면 승점 1점을 얻은 것도 뜻밖의 수확으로 느껴질 정도로 경기 초반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3-4세트에는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5세트에는 시작과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정지윤이 도합 12개의 범실을 저지르면서 공격 성공률도 나란히 25%대를 기록하는 데 그친 것이 뼈아팠다.
패장 강성형 감독은 “모마 쪽을 견제하는 상대의 유효 블록과 수비가 좋았다. 그렇다보니 자꾸 힘을 더 쓰려고 했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빠르고 좋은 배구를 했고, 이번 경기에서는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5세트를 끌고 간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내용적으로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배구였다. 어떻게 5세트를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연승 행진을 멈춰 세운 IBK기업은행에 대해 강 감독은 고평가를 내렸다. 그는 “2라운드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상대하기 굉장히 어려운 팀이 됐다. 짜임새도 있고, 세터의 분배도 좋다. 모든 팀들이 IBK기업은행을 어려워할 것 같다”며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경계했다.
4일 후 현대건설은 4라운드 경기로 IBK기업은행을 다시 만나게 된다. 장소도 화성으로 같다. 강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는 리시브가 너무 좋지 않았고, 연결에서도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모마가 공격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됐다. 이런 이유들로 선수들의 전체적인 자신감이 좀 떨어진 느낌이 있다. 4라운드 경기를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며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긴 채 인터뷰실을 떠났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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