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잠시, 강성형 감독은 ‘배구의 신’을 상대할 준비를 하러 간다 [벤치명암]
-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12-16 19:09:06
강성형 감독이 극적인 리버스 스윕 승을 거둔 선수들을 한껏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3라운드의 최대 분수령이 될 흥국생명전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을 세트스코어 3-2(17-25, 20-25, 29-27, 25-21, 15-11)로 꺾었다. 짜릿한 리버스 스윕 승이었다. 1-2세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건설은 3세트부터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양효진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했고, 한미르와 정지윤까지 제몫을 다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승리로 8연승을 질주한 현대건설은 한 경기를 덜 치른 흥국생명을 승점 2점 차로 제치고 선두에 등극했다.
인터뷰실을 찾은 강성형 감독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느껴지면서도 밝았다. 강 감독은 “정관장이 너무 잘했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됐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티면서 기회를 잡았다. 우리 선수들이 대단하다”라며 고비를 극복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강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먼저 이날 리시브에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공격에서는 끝내 제몫을 해낸 정지윤에 대해 강 감독은 “리시브가 어려웠던 건 상대의 서브가 너무 강하게 들어왔기 때문이었고, (정)지윤이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또 이후에는 중요할 때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며 격려와 칭찬을 건넸다. 나올 때마다 인상적인 서브와 수비 능력을 선보인 한미르에 대해서도 “서브에 장점이 있고, 2단 연결 역시 세터 출신이라서 매끄럽게 해내는 선수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인 만큼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며 진심어린 칭찬을 전했다.
이날 남녀부를 통틀어 V-리그 최초의 1500블로킹을 달성한 양효진에 대해서도 강 감독은 찬사를 보냈다. 그는 “남녀 통틀어 최초인, 역사적인 기록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배구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코트에 나서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며 양효진을 치켜세웠다.
현대건설의 다음 경기는 20일 인천에서 치러지는 흥국생명과의 경기다. 이른바 ‘승점 6점’이 걸린 3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다. 강 감독은 “이긴 건 좋지만, 다음 경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힘든 경기를 마친 만큼 체력 회복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승리를 통해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도 있을 것이다. 상대는 ‘배구의 신’ 김연경이 있는 팀이니, 그에 맞춰 잘 준비해보겠다”며 약간의 너스레와 함께 전의를 다졌다.
한편 정관장은 충격적인 역전패와 함께 짧았던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가 나란히 28점씩을 올렸고, 정호영도 블로킹 4개 포함 16점을 보탰지만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3세트 듀스 접전에서 아쉬운 범실들이 발목을 잡으며 석패를 당한 뒤,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코트를 뒤덮으며 선수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승점 3점을 챙겼어야 했던 경기에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친 정관장이었다.
고희진 감독의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 있었다. 고 감독은 “모든 게 다 안 됐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웠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는 경기다”라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4세트 도중 발생한 이소영의 부상 상황에 대해서는 “몸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좀 났다. 정확한 상황과 경과는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설명을 들려줬다. 이후 고 감독은 말을 아낀 채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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