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했던 날, 그리고...” 김정호에게는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 남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03-20 00:00:25
멋진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내며 시즌을 마쳤지만, 김정호는 들뜨지 않았다. 자신을 한없이 낮췄고, 김상우 감독과 동료들, 그리고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정호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는 드라마틱했다.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홍상혁, 한성정과의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며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김정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2:3 트레이드(백광현, 황경민 ⟷ 김정호, 양희준, 최익제)를 통해 친정팀 삼성화재로 돌아가게 된 것.
다시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김정호는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는 듯 맹활약을 펼쳤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서브는 물론 공격에서도 과감함과 스피드를 앞세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대한항공과의 6라운드 남자부 경기에서도 김정호는 맹활약을 펼쳤다. 16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5.22%에 달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김정호는 “이번 시즌을 다 같이 큰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것에 죄송스럽다. 다음 시즌까지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시즌 전체를 돌아봤다.
이날 김정호의 공격력은 3세트에 특히 날카로웠다. 88.89%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특히 직선 코스를 과감하게 공략해서 여러 차례 재미를 봤다. 김정호는 “공격을 할 때 상대 블로커들이 주로 막는 코스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다. 1, 2세트에 대각 공격으로 점수를 많이 냈더니 상대 블로커들이 그쪽으로 따라왔다. 그래서 3세트부터는 직선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경기 내용을 분석했다.
그러나 김정호는 겸손했다. 그는 “모든 경기에서 그런 부분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자신감에 차 있을 때는 빠르게 상대 블로커를 보고 공격을 잘 구사하지만, 지금도 잡생각이 많아지면 블로커들이 잘 안 보여서 공격이 안 풀린다. 그래도 이전보다 기복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도 부족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시즌을 마친 김정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물었다. 김정호는 “4연승을 달성했을 때(5R OK금융그룹전)가 기억에 남는다. 연패가 길어진 이후에 연승을 가져갔던 때라 기억이 많이 난다”고 답했다. 이후 김정호는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다 같이 포기하지 않고 해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김정호는 김 감독과 동료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먼저 김 감독에게는 “저를 트레이드로 영입해서 믿고 투입해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선수들과 더 잘 준비해서 좋은 팀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는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후 동료들에게는 “(홍)민기 형이 다치긴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줬다. 다들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 시즌 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김정호의 말투와 표정에는 진심어린 죄송함과 감사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마지막 인사를 남긴 뒤 코트 위에서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시즌은 많이 부족했어요. 좋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여서 실망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기장에 와서 응원해주신 것에 너무 감사합니다. 그 덕에 저희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준비 많이 해서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대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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