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연락 많이 해요" 몸은 떨어져도 전화는 자주, '소문난 절친' 한성정과 황경민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8-14 17: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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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경민이가 저 FA 되면 삼성화재로 오라는데요(웃음)." 이제는 코트 위 적으로 만나지만 언제나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한성정과 황경민이다.

25살 동갑내기 한성정과 황경민은 배구계 소문난 절친이다. 둘은 중학교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지내왔다. 같은 포지션(윙스파이커)에서 두 선수는 서로를 견제하는 라이벌 관계이면서도, 힘들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한성정은 홍익대 3학년을 마치고 황경민보다 1년 일찍 프로에 발을 내밀었다. 한성정은 1년 늦게 들어온 황경민에게 프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러면서 한성정은 자신이 받지 못한 신인왕을 절친인 황경민이 받길 원했다.

황경민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성정이가 1년 먼저 왔는데 신인왕을 못 받았다. 성정이가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내가 받지 못한 신인왕, 네가 좀 받아라'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말한 바 있다. 신인의 패기와 빠른 공격을 바탕으로 팀을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끈 황경민은 한성정의 소망처럼 결국 신인왕을 받는다.

우리카드에서도 두 선수는 서로 붙어 다녔다.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을 하는 사이임에도 서로의 장단점을 공유해가며 성장해갔다. 같은 코트 위에서 성장해가는 두 선수를 바라보면서 신영철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올여름 떨어지게 됐다. 황경민이 3대4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떠난 것이다. 신영철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황경민, 노재욱, 김광국, 김시훈을 보내고 이호건, 송희채, 류윤식을 데려왔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은 황경민이었지만 한성정 역시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신영철 감독의 판단이었다.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내는 신영철 감독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황경민 역시 우리카드 떠나는 게 아쉬웠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신영철 감독과 작별도 아쉽지만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절친과의 이별도 아쉽기 때문이다.

황경민은 지난 5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었던 건 신영철 감독님 덕분이었다"라면서 "2019~2020시즌부터 둘 중에 한 명은 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경복이 형이 있기 때문에 둘이 같이 뛰는 것은 불가능했다. 떠나는 게 아쉽지만 둘 다 코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한 명은 떠났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황경민은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성장해가는 중이다.

몸은 떨어졌어도 두 선수는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한성정은 "지금도 연락을 꾸준히 하는 편이다. 경민이가 삼성화재 가서 역할이 더 많아졌다. 감독님의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경민이는 삼성화재에서 잘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부터는 서로 적으로 만나지만, 언젠가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을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황경민은 "성정이와는 다시 꼭 한 팀에서 만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성정 역시 "내가 먼저 FA가 된다. 경민이가 전화로 맨날 'FA때 삼성화재 오라'고 농담을 건넨다. 그러면 내가 '네가 우리카드 와야 하지 않겠냐'라고 한다. 나중에 꼭 같은 유니폼 입고 뛰고 싶다"라고 웃었다.

이제 두 선수는 네트를 마주보는 사이가 됐다. 황경민은 삼성화재, 한성정은 우리카드의 우승을 위해 오늘도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올 시즌부터는 각자의 소속팀에서 맹활약 할 두 선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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