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올림픽에 새긴 '207', 불멸 숫자 될까
- 여자프로배구 / 송현일 기자 / 2024-08-09 17:26:41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도 '김연경의 후예'는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다.
흔히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연경(흥국생명)은 올림픽 역대 '투머치토커' 1인자. 그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작성한 단일 올림픽 최다 득점 기록(207점)이 아직 깨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 활약으로 당시 김연경은 한국이 4위를 했음에도 불구, 대회 MVP도 함께 누렸다. 우승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이때가 올림픽 여자배구 사상 처음. 그리고 아직까지 없다.
앞으로도 김연경이 올림픽 여자배구사에 새긴 '207'이란 숫자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중국의 주 팅(179점),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세르비아의 보스코비치(192점)가 그의 아성에 도전했으나 넘지 못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당장 100점 고지도 버겁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결승전, 튀르키예와 브라질의 동메달 결정전만을 남긴 현재 바르가스(튀르키예)가 133점, 보스코비치가 103점, 리 잉잉(중국)이 93점으로 베스트 스코어러 부문 1~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 유일하게 한 경기를 더 치르는 바르가스가 이번 대회 득점왕이 유력한 가운데 그 역시도 200점 선에는 한참 모자라다. 중국과 8강전에서 42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음에도 김연경을 제치기엔 부족했다. '몰빵 배구'를 지양하는 세계 배구 흐름상 이제 그의 기록은 갈수록 갈아치우기 어렵다. 더구나 2개조로 나눠 조별예선을 치르던 전과 달리, 이번 파리올림픽부터는 4개조로 예선을 치뤄 본선 경기 수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차이도 생겼다.
김연경은 지난 6월 공식 국가대표 은퇴 행사를 열었다. 당시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나는 김연경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훌륭한 롤모델이며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영상 편지를 보냈다. 일본 국가대표 아포짓 출신 나가오카 미유도 “300년에 한 번 나올 선수다. 100년은 좀 짧은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제 한국 대표팀을 떠난 그가 국제무대를 누빌 일은 없다.
하지만 김연경의 207득점 대기록만큼은 앞으로도 오래 살아 숨쉴 듯싶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그의 후예는 나오지 않을 가운데 누가, 언제 김연경의 왕관을 이어받을지 궁금하다.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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