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봤어요”, “일본 안 가도 됩니다”…트라이아웃 면담에서 나온 말말말 [아시아쿼터]
- 남자프로배구 / 제주/김희수 / 2023-04-26 17:19:22
코트가 아닌 일상 공간에서 마주한 감독들과 참가자들은 서로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답했다.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서는 실전 못지않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26일 제주 썬호텔과 한라체육관에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2일차 일정이 진행됐다. 신체측정만 마친 뒤 바로 연습경기에 돌입했던 1일차와 달리, 2일차 오전에는 참가자들과 감독‧코치가 다대다로 면담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8인 1조로 총 3개 조로 나뉘었고, 코칭스태프들은 2개의 접견실에 나눠 앉았다. 이후 코칭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는 접견실에 참가자들이 조별로 돌아가며 입장해 다대다 면담에 응했다.
코칭스태프들과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던 만큼,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답변이 나왔다. 오전 다대다 면담에서 나왔던 말들 중 몇 가지 흥미로운 말들을 정리했다.
① “내 별명이 ‘퓨어 에너지’였다” - 마누엘 수망기드(필리핀, L)
이번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는 총 두 명의 리베로가 지원했다. 그 중 한 명은 명단 공개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고 1일차에도 고평가를 받은 료헤이 이가(일본)였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동 포지션 지원자인 마누엘 수망기드에게 “료헤이 이가보다 더 나은 당신의 장점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수망기드는 “카타르 리그에서 내 별명이 ‘퓨어 에너지’였다. 내 에너지에는 전염성이 있다. 팀원 모두에게 에너지를 전파하겠다”며 유쾌한 대답을 내놨다.
직전 시즌까지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서스에서 함께 뛴 료헤이 이가와 이쎄이 오타케는 여러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가는 1일차 연습 경기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를 뽑기 위해 1순위를 기원하는 팀도 있을 정도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면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뛸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가와 오타케는 “우리는 꼭 일본 리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며 의욕을 드러냈다. 한편 함께 참가한 일본 선수 타카히코 이마무라(OH)는 “일단 첫 시즌이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가 상담해보겠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③ “하이큐 봤다. 별로 재미는 없었다” - 차이 페이창(대만, MB)
203cm로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 최장신인 차이 페이창은 2001년생의 젊은 나이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강력한 속공으로 몇몇 팀들의 물망에 올라 있다. 코트 위에서의 날카로운 모습과 달리 코트 밖에서는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인 페이창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묻자 애니메이션 감상이라는 다소 귀여운(?) 답변을 들려줬다. 최 감독이 “그럼 하이큐(일본의 배구 애니메이션)도 봤냐”고 묻자 페이창은 “봤다. 별로 재미는 없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④ “동네마다 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V-리그의 일정은 전 세계 어느 리그 못지않게 빡빡하다. 시즌 후반부와 포스트시즌에 접어들면 체력적으로 문제를 겪는 선수들도 많다. 이를 걱정한 권영민 감독이 참가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인지 물었다. 이에 이쎄이 오타케는 “사우나와 온천을 즐긴다”고 답했다. 권 감독은 일본어 통역에게 미소를 지으며 “(사우나와 온천은) 동네마다 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달라”고 익살스러운 이야기를 전했다.
⑤ “우리는 사이가 좋다. 배구는 내가 좀 낫다” - 리우 훙민(대만, OH)
대만 참가자인 리우 훙민과 리우 홍지에(MB)는 1993년 11월 10일에 함께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두 선수는 면담 현장에서도 나란히 붙어 앉으며 형제애를 과시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최태웅 감독이 “둘 중에 누가 더 싸움 잘 하냐”는 유치한 질문을 던지자, 리우 훙민은 “어릴 때 싸운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말려서 승부는 안 났다. 우리는 사이가 좋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구는 내가 좀 낫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대다 면담을 마친 참가자들은 점심 식사 후 다시 체육관으로 이동해 연습 경기를 진행했고, 17시 20분 경 모든 연습 일정을 마쳤다.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이들의 운명이 정해진다.
사진_제주/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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