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고 웃겼다” 배유나의 긴장을 풀어준 머택(?) 커버 [CH5]
- 여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04-07 15:19:09
최후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절체절명의 경기 도중, 배유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배유나는 원래도 V-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 중 한 명이지만, 이번 도드람 2022-2023 V-리그는 특히 배유나의 실력이 한껏 발휘된 시즌이었다. 코트 위에서 위치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렸고, 적재적소에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속공과 이동공격은 물론 오픈 공격까지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못 하는 게 없는 선수로 거듭났다.
한 시즌 농사를 마무리하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배유나는 단연 키 플레이어였다. 배유나의 활약에 한국도로공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가 패했던 1, 2차전에 배유나는 감기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3, 4차전에는 원래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배유나의 활약은 뛰어났다. 공격 무득점에 묶인 1세트 이후 무섭게 경기력을 회복하며 중앙을 지배했다. 블로킹 4개 포함 18점을 터뜨린 배유나의 활약 속에 한국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 승리를 거두며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배유나는 “꿈같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순간일 것이다. 0%의 기적을 일으킨, 놀라운 시즌이었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배유나는 2018년의 우승과 어떤 점이 다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때는 우리 팀이 모두가 예상하는 우승 후보였다. 그 때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시즌이었는데, ‘이게 되네?’ 하면서 배구하다보니 어느새 봄배구에 와 있고, 챔피언결정전에 와 있고, 우승해 있더라. 모든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1점을 소중히 여긴 결과 같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3세트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12-10에서 랠리가 이어지던 도중 배유나가 머리로 상대의 공격을 어택 커버(?)한 것. 배유나는 경기 도중 웃음을 터뜨렸고, 이 랠리의 마무리는 결국 배유나의 득점이었다. 당시에 대해 묻자 배유나는 “내 손에 안 맞은 공이라 공 위치를 못 찾았는데, (박)정아가 ‘언니!’ 하는 순간 머리에 공이 맞더라. 내 몸이 나도 모르게 반응한 것 같다. 결국 내가 점수를 냈다. 너무 재밌고 웃겼다. 그래서 분위기도 더 풀린 것 같다”고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안 아픈 곳이 없고,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황에서도 배유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를 간직하고 있었다. 배유나가 왜 배유나인지, 왜 리그를 대표하는 미들블로커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실력도, 여유도 ‘우승감’이었다.
사진_인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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