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정규리그 치른 정지윤-정지석,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한 반등을 노려라

여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4-03-27 18: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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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정규리그를 치른 정지윤과 정지석이 나란히 팀의 우승을 이끌기 위해 반등을 노린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의 대미를 장식할 챔피언결정전 대진이 확정됐다. 28일에 먼저 막을 올리는 여자부의 챔피언결정전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대결로, 다음 날인 29일에 시작되는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의 대결로 치러진다.

챔피언결정전에 먼저 직행해 올라올 팀을 기다린 현대건설과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내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바로 아웃사이드 히터 문제다. 공수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던 정지윤과 정지석이 부침을 겪으면서 구상했던 플랜 A가 어그러졌다. 두 선수 모두 비시즌 기간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당한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도 비슷하다.

정지윤의 경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받던 도중 발목에 부상을 당했지만, 1라운드 막바지에 코트로 돌아오며 예상보다는 빠르게 복귀했고 2라운드부터 확고한 주전으로 나섰다. 그러나 시즌 내내 경기력에 일관성이 없었다. 어느 하나가 풀리지 않으면 도미노처럼 다른 부분까지 무너지는 양상이 드러났다. 시즌 전체 성적으로 봤을 때는 부진한 시즌이었다고 보긴 어려웠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였다.

예컨대 약점이었던 리시브는 나아졌는가 싶다가도 순식간에 불안함을 드러냈고, 리시브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지윤의 강점인 공격과 블로킹까지 함께 흔들렸다. 그리고 이 문제는 5라운드 후반~6라운드 중반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경기력까지 저하되면서 팀에 최대 위기를 가져왔다.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부터 고예림‧김주향‧고민지까지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지금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들 중 공격적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는 결국 정지윤이다. 양효진의 목 상태가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정지윤의 반등이 절실하다.  


정지윤은 정규리그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저조한 활약을 펼쳤다. 흥국생명전에서 공격 성공률 24.53%(6개 팀 상대 기록 중 최저)‧리시브 효율 28.57%(6개 팀 상대 기록 중 5위)을 기록했다. 대신 블로킹에서는 세트 당 0.3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시즌 평균(0.287개)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에 있어 흐름을 쉽게 타는 부분은 부정적인 요소가 먼저 부각될 때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가 먼저 부각될 때도 해당될 수 있다. 정지윤이 흥국생명전에서 자신의 흐름을 좋게 만들어갈 가장 좋은 방법은 블로킹으로 스타트를 끊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지석의 부침은 정지윤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던 중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던 점은 같다. 그러나 부상 부위는 발목이 아닌 허리였고, 복귀 시점도 3라운드로 정지윤보다 더 늦었다.

부침의 유형도 약간 다르다. 정지윤이 어느 한 부분에서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연쇄 작용으로 모든 경기력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면, 정지석은 유독 공격과 서브에서만 계속 리듬이 좋지 않았다. 공격 성공률은 45.68%로 2016-17시즌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기지 못했고, 세트 당 서브 득점 역시 0.176개로 2016-17시즌 이후 처음으로 0.2개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부진이 수비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리시브 효율은 50.1%로 2018-19시즌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고, 디그에서도 세트 당 1.647개로 통산 평균(1.627개)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경기 영향력은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지석 역시 정지윤과 마찬가지로 팀의 구성상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파트너로 나설 곽승석이 하이 볼 처리와 서브에서 지난 시즌에 비해 위력이 떨어져 있고, 새롭게 합류한 외인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의 공격력이 리그에서 통할지도 아직 검증이 안 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세 번의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공격과 서브에서 늘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던 정지석이 그때의 컨디션을 되찾는 것은 4연속 통합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퍼즐이다.

정지석에게 웃어주는 한 가지 긍정적인 지표도 있다. 바로 OK금융그룹전에서의 압도적인 공격 성공률이다. 그는 이번 시즌 OK금융그룹을 상대로 58.21%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단연 6개 팀 상대 기록 중 압도적 1위 기록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체력을 소모한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정지석이 정규리그 때의 공격 템포를 살린다면 과거의 파괴력을 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름도 비슷하고 포지션도 같은 정지윤과 정지석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가장 중요한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점까지도 같다. 험난한 정규리그를 지나온 두 선수가 가장 높은 곳에서 화려한 반등을 해낼 수 있을지에 따라 챔피언결정전의 결과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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