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도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멈출 수 없었다
- 남자프로배구 / 박혜성 / 2023-03-20 11:56:57
대한항공이 고비를 넘어 정규리그 1위 자리에 앉았다.
3월 19일 열린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경기를 끝으로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가 모두 마무리됐다. 최후의 승자는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2020-2021, 2021-2022시즌에 이어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 자리에 앉았다.
대한항공은 시즌 전부터 타 팀 사령탑이 꼽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항상 멤버 구성에 변화가 없다. 한선수라는 대한민국 최고 세터가 있다. 기본기가 좋고 조직력에 있어 대한항공이 제일 좋다”, “2021-2022시즌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멤버 구성이 좋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만큼 선수층이 좋다”와 같은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타 팀 감독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증명해내기 시작했다. 1라운드 시작과 함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던 KB손해보험을 꺾으며 산뜻하게 출발했고 그 경기를 시작으로 5연승을 달렸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우리카드전에 패하긴 했지만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가 모든 경기에서 승점 획득에 성공한 대한항공이다. 5승 1패, 승점 15점으로 1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라운드는 더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5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상대로 2-3으로 패한 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으며 5경기 모두 3-0 셧아웃 승리였다. 2라운드 역시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했으며 2위 현대캐피탈과 승점 차는 7점 차로 벌렸다.
3라운드 주인공 역시 대한항공이었다. 이번에도 1, 2라운드와 마찬가지로 OK금융그룹에 당한 1패를 제외하고 5승을 챙기며 3라운드 연속 5승 1패를 기록했다. 주장이자 팀의 기둥인 한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되긴 했지만 유광우가 빈자리를 채우며 대한항공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수 있게 만들었다.
정규리그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2위 현대캐피탈과 승점은 8점으로 더 벌어졌다. 여기에는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있었다. 한선수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좋은 활약을 펼치며 본인이 왜 아직도 대한민국 NO.1 세터로 불리는지 증명했고 정지석과 곽승석의 석석 듀오는 그 어느 팀의 아웃사이드 히터 조합보다 듬직했다. 여기에 베테랑 김규민과 2년 차 김민재의 미들블로커 라인은 완벽한 신구 조화를 이루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아포짓 스파이커 역시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 임동혁이 버티며 가장 두터운 뎁스를 자랑했다.
하지만 4라운드에 들어선 대한항공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4승 2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승리한 4경기 중 2경기가 풀세트까지 가며 상대와 승점을 나눠 가졌다. 특히 4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KB손해보험전에서는 단 한 명의 선수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할 만큼 부진한 공격력을 보이며 0-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357일 만에 서브 0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대한항공은 승점 11점을 획득했고 2022-2023시즌 처음으로 라운드별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게 됐다(1위 한국전력 승점 12).
많은 사람들은 대한항공의 부진이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 KB손해보험전을 시작으로 5라운드 한국전력,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 연달아 패하며 4연패에 빠졌다. 특히 바짝 추격하고 있던 현대캐피탈에 승점 3점을 내준 것은 뼈아팠다. 이날 경기 결과로 대한항공은 승점 4점 차로 추격당하게 됐다. 이후 KB손해보험에 승리를 가져오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다시 한번 우리카드에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다행히 5라운드 마지막 경기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온 대한항공이지만 5라운드에 승점 단 7점만을 추가했고 현대캐피탈은 승점 1점 차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이러한 대한항공의 부진에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있었다. 한선수는 코로나19에서 돌아왔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곽승석은 종아리 부상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링컨과 임동혁마저 장염을 겪으며 컨디션이 떨어졌다.
그리고 피를 말리는 6라운드가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5라운드 마지막 상대 OK금융그룹을 연속으로 만나 승점 3점에 획득하고 이어진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현대캐피탈의 추격을 뿌리치려 했지만 현대캐피탈 역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3월 5일, 운명의 현대캐피탈전을 맞이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시즌 시작부터 지켜왔던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 위기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고도의 집중력을 보였고 서브(8-4), 블로킹(6-4), 범실(15-23) 등 모든 지표에서 현대캐피탈을 압도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과 승점을 4점으로 다시 벌리는 데 성공한 대한항공은 다음 경기인 KB손해보험과 경기 전날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에 패하며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날 경기에서 5세트까지 끌고 가 승점 1점만 추가한다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대한항공은 오직 승리만을 원했다.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블로킹으로만 11점을 올렸고 링컨이 19점을 올리는 동안 공격 성공률 66.67%를 기록하는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며 3-0으로 승리했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그제야 미소를 띠었다. 토미 감독은 “경기를 이겨서 기쁘고 정규리그 우승까지 해서 더 기쁘다.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열심히 하고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라며 순간을 즐겼다.
대한항공이 6라운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한용을 빼놓을 수 없다. 곽승석이 종아리 부상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가 공석이 되자 토미 감독은 그 자리에 정한용을 기용했다. 정한용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지석, 링컨과 함께 팀 공격을 책임지며 왜 토미 감독이 본인을 선택했는지 증명해냈다.
대한항공은 3시즌 연속, 토미 감독은 2시즌 연속 정규리그 가장 꼭대기를 차지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목표는 3시즌 연속 통합 우승과 트레블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이루기까지 챔피언결정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토미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인데 휴식을 취하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해야겠다”라고 말했고 에이스 정지석은 “예전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자주 가는 팀이었지만 이제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계속 우승하는 팀이 되고 싶다”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나타냈다.
이제 대한항공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기다렸다가 3월 30일 계양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과연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차지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사진_더스파이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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