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우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서로를 믿은 대한항공, 반전의 신호탄 쐈다[PO2]
- 남자프로배구 / 인천/이보미 / 2025-03-29 11:53:39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이 기사회생했다.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서로의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대한항공은 2024-25시즌 정규리그 3위로 봄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대한항공이다. 팀 중심을 잡아준 세터 한선수, 유광우를 비롯해 주전 멤버들의 줄부상에 시달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규리그 1위 자리는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대한항공의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5년 연속 챔피언 등극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8일 안방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차전과 다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섰다. 1차전에서는 세터 한선수와 아포짓 카일 러셀(등록명),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곽승석, 미들블로커 김규민과 김민재, 리베로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를 먼저 투입했다.
2차전에서는 세터,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블로커에 변화를 줬다. 세터 유광우와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 대신 정한용을, 미들블로커 김민재 짝꿍으로 신인 최준혁을 투입한 것. 1차전 3, 4세트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멤버들이다.
KB손해보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도 1차전 3, 4세트를 두고 ‘평정심’과 ‘균형’을 강조했다.
2차전 1세트부터 대한항공이 저력을 드러냈다. 상대가 연이은 서브 범실로 고전하는 사이 팀 플레이를 선보였다. 유광우가 코트 위에서 이를 진두지휘했다. 1차전과 달리 공격수들을 고루 활용하며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따돌린 것.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유광우는 “우리 홈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 강해서 필사적으로 했던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계속해서 유광우는 ‘원 팀’의 힘을 언급했다. 그는 “개개인이 잘했다, 못했다보다는 팀이 졌다, 이겼다가 중요하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러셀이 새로 왔지만 다같이 함께 해왔던 선수들이다. 믿고 공을 올려주고, 공격수들이 처리를 해주면서 그 속에서 신뢰가 쌓이면서 경기에 몰두했던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이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운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공격수들을 살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믿었다. 이 선수가 아니면 다른 선수가 해주겠지 생각하면서 했는데 다행히 첫 선수들이 잘해줘서 지표가 좋게 나왔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2차전을 3-0 승리로 끝낸 대한항공이지만 위기도 있었다. KB손해보험이 2세트 18-24에서 22-24로 맹추격한 것. 유광우는 “선수들과 얘기를 한 것이 초반 8점까지 우리가 리드를 잡으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잘 지켰던 것 같다”며 “KB가 1세트 때 힘으로만 밀어붙였는데 점점 타이밍을 맞춰 잡으려고 하더라. 오히려 우리가 힘으로 밀어 붙여보자고 생각해서 러셀, (김)민재에게 공을 많이 줬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생각한대로 경기장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3-0으로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베테랑 중의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유광우다운 플레이도 돋보였다. 3세트 22-21 이후 김민재 속공 득점을 합작하며 상대 허를 찌르기도 했다. 이에 유광우는 “상대 블로커들이 민재를 버리고 라이트로 뛰는 것이 보였다. 민재의 높이와 점프로 블로킹 한 명 정도를 줄일 것 같았고, 또 잘 맞아서 자신있게 줬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오는 30일 다시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다. 11% 확률 뚫기에 나선다. 유광우의 의지도 강하다. 그는 “기다리는 입장과 올라가는 입장은 확실히 다르다. 마음가짐도 다르다. 자칫 방심하는 순간 끝나버릴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또 선수들이 악착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 경기도 재밌는 경기를 할 것 같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대한항공의 봄’을 기다리는 유광우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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