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라는 같은 목적, 현재를 본 한국전력과 미래 본 현대캐피탈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11-13 11:32:15
[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현재와 미래를 두고 조금 다른 가중치를 가진 두 팀이 파격적인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13일 대형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신인 지명권이 포함된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대캐피탈은 신영석과 황동일, 현재 상무 복주 중인 김지한을 보내고 한국전력은 김명관과 이승준, 2021년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현대캐피탈에 넘겼다.
한국전력은 좀 더 현재에, 현대캐피탈은 미래에 무게중심을 둔 트레이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두 팀 사령탑 생각이 같았지만 초점을 둔 요소는 달랐다.
한국전력은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규시즌 뚜껑이 열리자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삼성화재와 시즌 첫 경기에서 리버스 스윕을 허용하며 패한 이후 12일 우리카드전까지 개막 7연패에 빠졌다. 아직 시즌 승리가 없었다.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을 진행 중인 팀이지만 계속되는 연패 속에 변화가 필요했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면 확실하게 주자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전력은 이번 주 발표된 두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 시즌 약점으로 꼽히는 두 포지션, 세터와 미들블로커를 베테랑 영입으로 보강했다. 특히 신영석 가세는 최근 중앙에서 약점이 뚜렷했던 한국전력에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여전히 V-리그 남자부에서 손꼽히는 미들블로커인 신영석은 블로킹과 속공 모두 강점이 있다. 올 시즌 기록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신영석이 주는 존재감은 여전하다. 신영석은 블로킹뿐만 아니라 서브나 이단 연결에서도 팀에 보탬이 된다.
10일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고 12일 우리카드전에 곧장 선발로 나선 김광국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김광국은 우리카드전에서 적절한 속공 활용으로 러셀과 박철우에게 집중되는 블로킹을 분산시켰다. 여기에 신영석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김광국과 신영석은 드림식스-우리카드 시절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함께 한국전력으로 향한 황동일은 백업 세터로서 높이 보강과 함께 역시 신영석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만한 선수다. 이승준이 나갔지만 1999년생에 군 문제도 해결할 김지한 합류로 새로운 유망주도 수혈했다.
현대캐피탈은 리빌딩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는 선택이다. 신영석까지 떠나면서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선수 대부분이 현재 주전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 말처럼 재창단에 맞먹는 리빌딩이다.
로스터에 유망주가 대폭 추가됐다. 김명관은 올 시즌 주전 세터로 나서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을 기대할 만한 장신 세터다. 현대캐피탈은 세터진을 김형진-김명관으로 이어지는 젊은 선수들로 새롭게 채웠다.
이승준 역시 195cm 장신 윙스파이커 유망주다. 2019-2020시즌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2000년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 여기에 내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도 한 장 추가하면서 추가 유망주 영입을 위한 활로도 열어놨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KB손해보험으로부터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와 김선호를 지명하는 등 최근 유망주 수집에 열을 올렸다. 이전 드래프트에서도 허수봉, 김지한 등 고졸 유망주와 박준혁 등 신체조건은 좋지만 원석에 가까운 선수들을 과감하게 지명했다.
이번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부터 허수봉, 박준혁, 송원근과 신인드래프트로 영입한 김선호, 박경민, 이준승 등 현대캐피탈 유망주 선택지는 한층 넓어졌다. 관건은 이 선수들이 앞으로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 얼마나 성장하느냐이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자리를 잡느냐에 이번 트레이드 현대캐피탈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지금보다는 미래에 그 성적표를 정확히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팀 전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신영석이 빠진 만큼, 당장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다. 개편된 선수층으로 현재 분위기를 얼마나 바꾸느냐도 중요하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3연패를 당하며 3승 4패, 승점 8점으로 5위에 머물러 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시즌에 3연패 이상을 기록한 건 2017-2018시즌 4연패 이후 처음이다. 최태웅 감독은 최근 팀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했음을 강조한 가운데 개편된 라인업이 어떤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지도 당장 주목할 요소이다.
사진=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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