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FA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택을 마친 여자 구단의 손익 계산서는
- 여자프로배구 / 김종건 / 2023-04-24 08:06:39
새로운 시즌 전력 구성의 바탕이 될 여자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4월 22일 끝났다.
15명의 A등급 등 20명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7개 구단이 이들과 1년 계약(연봉+옵션)에 59억8200만 원을 투자했다. 그야말로 돈 잔치였다. 이 가운데 전력에 영향을 미칠 타 팀으로의 이적도 5건이었다. 고작 1명에 그쳤던 남자부와 비교하면 여자부는 흥미진진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V-리그 여자부의 특성상 FA 선수 영입 경쟁은 주식시장과 비슷하다. 한 팀의 이익이 다른 팀에게는 손해다. 그런 면에서 하루 전인 21일 실시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는 또 다른 전력 보강의 기회였다. 아시아쿼터 7명에게 구단이 투자한 돈은 9억3000만 원 정도다. 다가올 시즌 뒤 토종 FA 선수에게 들어간 돈과 비교해보면 어느 쪽의 투자가 더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여자부 7개 구단은 이번 선수 보강으로 어떤 손익 계산서를 받아 들었을까.
●가장 많은 돈을 쓴 페퍼저축은행
그야말로 큰 손이었다. 4명의 FA 선수 계약에만 46억8500만 원을 내질렀다. 도로공사 등에 줘야 하는 FA 보상 금액까지 포함하면 60억 원 가까이 투자했다. 그동안 나돌던 소문대로 FA 대어 배유나 김연경을 모두 노렸지만, 빈손으로 남을 뻔했다. 다행히 박정아를 영입해 한숨을 돌렸다.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던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의 결정력과 높이를 보강했다. 보상 선수가 없는 채선아를 영입해 리시브와 수비도 이전보다는 탄탄해졌다. 지난 시즌 토종 선수 가운데 첫 번째 옵션이었던 집토끼 이한비도 잡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보강은 가장 알차다. 여기에 지난 시즌 도중 GS칼텍스에서 데려온 리베로 오지영도 품었다.
창단 이후부터 약점이었던 중앙의 높이는 아시아쿼터에서 MJ필립스(필리핀, 182cm)를 선택해 보강했다. 이제 외국인 선수 선발과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35개의 구슬로 행운을 기대한다. 소원대로 신인 최대어 김세빈(한봄고)과 1순위 외국인 선수까지 갖는다면 봄 배구의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 반면 이번 FA계약으로 샐러리캡이 많이 초과됐다. 기존 구성원 가운데 몇 명을 내보내야 한다. 주포 박정아가 어떤 세터와 호흡을 맞추느냐가 변수다. 최근 2년간 박정아는 세터에 따라 공격 성공률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현재 팀의 주전 세터인 이고은이 도로공사 시절 박정아와 어떤 호흡이었는지를 잘 기억해봐야 한다.
●샐러리 캡 여유분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을 보강한 GS칼텍스
4시즌 연속 상위권에 있는 바람에 샐러리 캡에 여유가 없었다. 지난해 세터 안혜진이 FA로 잔류하면서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을 줄여야만 했다. 간신히 전력 유출을 막았지만, 그 후유증과 높이의 약점으로 2022-2023시즌 시즌 5위로 떨어졌다. 오지영과 이원정을 트레이드하고 김유리가 은퇴하면서 이제 여력이 생겼다. 샐러리 캡 증가분까지 합쳐 FA 선수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탐을 냈던 선수는 도로공사의 배유나와 박정아였다. 대타로 정대영을 잡았다. 보상 선수가 없는 B등급이었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기둥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 경기 출전보다는 훈련 태도나 숙소 생활, 상대 팀과 신경전이 벌어졌을 때 큰 역할을 기대한다. 집토끼 문명화와 한수진도 잡으며 전력 누수는 최대한 막았다. 아시아쿼터에서 하위 순번으로 높이를 보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장 원했던 선수는 장신의 메가왓티였다. 6번째 순번이 나오자 메디 요쿠(인도네시아, 170cm)를 지명했다. 항상 의외의 선택을 해왔던 차상현 감독다운 용감한 지명이다.
●김연경을 잡고 친구까지 영입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통합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흥국생명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구단은 “1년만 더 뛰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마치 정을 끊을 것처럼 묘한 발언도 했다. 결국에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가 빠져나가면 샐러리 캡 소진율 50%가 걱정스럽던 상황에서 김연경의 잔류로 새로운 시즌 흥행까지 보장 받았다. 보답의 뜻으로 김연경이 원했던 친구 김수지를 영입했다. 김나희가 지켰던 중앙의 높이 약점을 보완해줄 카드다. 다른 한 명의 영입은 여론을 부담스러워한다. 팀의 높이는 올라갔지만, 최고의 원투 펀치를 가지고도 우승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했다.
아시아쿼터를 앞두고 토종 감독들은 폰푼이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을까 가장 걱정했다. 최하위 순번을 잡아 레이나 토코쿠(일본, 177cm)를 선택했다. 덕분에 IBK기업은행에 보상 선수를 내줄 때의 고민을 하나 덜었다. 윈 나우를 선택한 2023-2024시즌은 큰 문제 없겠지만, 1년 뒤 김연경이 떠난 그다음도 걱정해야 한다. 김해란의 후임인 B등급의 리베로 도수빈을 잡아서 한숨은 돌렸다.
●이 멤버 리 멤버가 되지 못했던 도로공사
30~40대 베테랑 언니들의 힘으로 기적을 썼지만, 우승 파티는 일찍 끝났다. 우승의 주역 가운데 박정아와 정대영이 팀을 떠났다. 어차피 5명 FA선수 모두를 잡을 수는 없었다. 구단은 배유나와의 협상을 최우선으로 했다. 박정아가 여러 구단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중에 정대영이 먼저 떠났다. 대신 문정원을 주저 앉혔다. 리베로 임명옥이 있어서 팀의 장점인 리시브와 수비에서는 일단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박정아가 떠난 공격과 높이의 공백을 메울 방법은 찾아야 한다. 아시아쿼터 4순위로 타나차 쑥솟(필리핀, 180cm)을 선택했다. 도로공사에게는 빈집에 소가 들어온 셈이다. 박정아의 이적으로 전세얀은 행운을 잡았다. 구단이 사인&트레이드까지 고려한 처지였는데 샐러리 캡 여유 분이 생기면서 좋은 조건으로 잔류했다. 페퍼저축은행에서 어떤 보상 선수를 데려올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을 생각하며 300% 보상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페퍼저축은행은 선수단 정리가 더 힘들어진다. 세대 교체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도 많았지만, 막상 정대영이 떠나자 빈자리는 커 보인다. 후계자 이예담의 성장이 아직은 더디다. 텅 빈 중앙과 약한 공격력이 불안하다.
●왼쪽 두 자리에 큰 구멍이 생긴 현대건설
김연경만 믿다가 뒤통수를 한 방 제대로 맞았다. 샐러리 캡에 여유가 없으면서도 “통합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가고 싶다”는 그 말에 협상을 시작했다. 결국은 빈손으로 물러났다. 설상가상 리시브를 책임졌던 살림꾼 주장 황민경이 떠났다. 고민이 더 커졌다. 고예림은 무릎 수술로 새로운 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2명의 아웃사이드 히터 주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정지윤은 미들블로커를 할 때보다 매력이 떨어진다. 아시아쿼터에서 2번째 순번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태국, 174cm)을 잡았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리베로 김연견도 잔류시켜 먼저 수비부터 안정시켰다. 중앙은 여전히 7개 구단 가운데 최고지만 미들블로커가 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리시브가 우선이다. IBK기업은행에서 어떤 보상 선수를 데려올지 궁금하다. 외국인 선수 선발 구슬 순위가 높지 않아 공격력 약화가 예상된다. B등급의 재계약 선수 황연주와 정시영은 빛나지 않아도 지금 팀에는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베테랑 집토끼는 지켰지만, 공격 옵션 1,2번이 사라져 고민인 KGC인삼공사
이번 FA 선수 영입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목표는 내부 단속이었다. 원하는 대로 주전 세터 염혜선과 베테랑 한송이를 잔류 시켰다. 채선아를 페퍼저축은행에 빼앗긴 것은 손실이지만 어차피 우승팀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 아웃사이드 히터를 육성해야 했다. 문제는 이소영과 엘리자벳의 공백이다. 두 사람은 지난 시즌 좌우에서 큰 공격을 책임졌다. 1472득점을 합작했다. 875번의 리시브와 716개의 디그를 했던 살림꾼 이소영은 어깨 수술로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재계약을 거부한 엘리자벳의 공격 타점과 파워를 대신해줄 외국인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행히 아시아쿼터에서 공격력과 높이가 좋은 메가왓티 피터위(인도네시아, 185cm)를 잡았다. 지금 당장 가장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 그 선택으로 외국인 선수로 아웃사이트 히터를 선발할 여력이 생겼다. 현대건설처럼 미들블로커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양쪽 날개의 약점이 아직은 커 보인다. 경기마다 혹은 세트마다 경기력이 널뛰기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봄 배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앙을 포기하고 리시브를 강화한 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포기하고 윙 스파이크 황민경을 영입했다. 이 선택을 놓고 배구 팬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뉜다. 김호철 감독은 산타나를 대신해서 왼쪽 공격을 책임지고 리시브에서 버텨줄 선수를 찾았다. 영입 대상은 박정아와 황민경이었다. 내부 사정으로 박정아는 잡지 못했다. 대신 꾸준히 얘기를 주고받은 황민경을 데려왔다. 김수지와는 처음부터 계약 의사가 없었다. 팀의 화합과 쓰라린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서 결별을 일찍 결심했다. 김수지가 떠난 자리를 채워줄 흥국생명의 보상 선수를 놓고 다양한 선택을 기대한다. 재활에 들어간 김희진이 복귀하기 전까지 그 자리를 메워줄 미들블로커나 젊은 날개 공격수, 유망주 세터 등 선택할 카드는 많다. 다른 구단과의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쿼터에서는 운 좋게 1순위가 나왔다. 모두가 탐을 냈던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태국, 173cm)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 외국인 세터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기량만 놓고 본다면 매력적이다. 움직이는 배구를 선택한 상황에서 세터의 패스 스피드가 빨라지면, 공격수들의 모든 스탯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30개의 구슬로 폰푼의 패스 스피드에 최적화된 아포짓 스파이커만 잡는다면, 봄 배구는 가능해 보인다. 대신 4명의 기존 세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숙제는 남았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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