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이끈 장본인의 아쉬운 눈물, 꽃 피우기 위한 자양분이 되길 [PO2]
- 남자프로배구 / 수원/김하림 기자 / 2023-03-27 08:04:14
본인의 실수 하나에 승패가 좌우된 것 같아 이시우는 경기 직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고, 옆에서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렀다. 현대캐피탈은 캡틴이자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속에서 1차전을 따내며 챔프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놨다.
이번 경기에도 홍동선이 먼저 코트를 밟았고, 이후 김선호가 교체로 들어가면서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홍동선은 2년 차, 김선호는 3년 차로 젊은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했다. 그러자 최태웅 감독은 과감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세트부턴 이시우가 아웃사이드 히터 선발로 들어가게 됐다. 이번 시즌 중간에 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 이후 팀에 합류해 매 경기 원포인트 서버로 나섰다. 정규리그 동안 한 번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적이 없는 이시우를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수장의 기대에 선수도 보답했다. 주춤하던 왼쪽 날개에서 공격이 터지기 시작했고, 자신을 향한 목적타도 묵묵히 견뎌냈다. 그리고 단기전에 필요한 ‘미친 선수’의 역할도 해냈다.
4세트 23-24로 한국전력이 매치포인트를 따낸 점수에서 이시우는 서브를 넣기 위해 엔드라인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시우의 손에서 떠난 공은 순식간에 다시 현대캐피탈 코트 위로 넘어왔다.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박상하가 오픈 공격으로 한국전력 코트로 전달하면서 점수는 24-24, 듀스가 됐다.
그다음은 서브에이스를 터트렸다. 한순간에 분위기는 현대캐피 탈쪽으로 기울었고, 듀스 끝에 4세트를 극적으로 가져오면서 경기는 5세트로 이어졌다.
이시우는 다시 기회를 받았다. 5세트에도 선발로 나섰고, 세트는 다시 듀스로 이어졌다. 숨 막히는 싸움 속, 16-16에서 한국전력 조근호가 목적타를 이시우를 향해 때렸다. 이시우 손을 떠난 공은 아쉽게 코트 위가 아닌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전력이 매치포인트를 따낸 상황 속에서 현대캐피탈은 타임 아웃을 모두 소진하면서 분위기를 선수들이 오롯이 바꿔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놓친 분위기는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전력 서재덕이 백어택 공격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으며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경기 이후 이시우는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중계에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왔다. 이를 감독도 알고 있었다.
경기 이후 최태웅 감독은 “울지 말라고 했는데, 많이 아쉬울 거다. 그래도 시우가 잘해준 덕분에 5세트를 갈 수 있었다”라고 격려를 보냈다. 비록 현대캐피탈은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이시우가 보여준 미친 활약엔 모두가 박수를 건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현대캐피탈은 이시우가 흘린 눈물을 자양분 삼아 천안에 꽃을 피우고 인천으로 향하고자 한다.
사진_수원/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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