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증명한 강팀의 저력! 폴란드, 사상 첫 VNL 우승 차지 [VNL]

국제대회 / 김희수 / 2023-07-24 06: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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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아포짓은 시작부터, 주전 미들블로커는 경기 도중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슈퍼스타는 뜻밖의 부진으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폴란드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저력이 있었다.

폴란드가 한국 시간 24일 폴란드 그단스크 에르고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결승전에서 미국을 세트스코어 3-1(25-23, 24-26, 25-18, 25-18)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FIVB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는 폴란드는 유독 VNL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9년과 2022년에는 3위, 2021년에는 2위를 기록했었다. 이날 승리를 통해 마침내 VNL 트로피까지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날 폴란드는 여러 불운이 겹쳤다. 아포짓 바르토즈 쿠렉이 부상으로 인해 결국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미들블로커 마테우스 비에니엑은 2세트 도중 부상으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윌프레도 레온은 목적타 세례에 흔들리며 고전했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한 루카시 카즈마렉·노베르트 후버·토마쉬 포르날의 맹활약이 폴란드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우승을 코앞에 두고 무너졌다.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에서의 힘 싸움에서 밀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양 팀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맞섰다. 1세트가 시작하자마자 매튜 앤더슨과 마테우스 비에니엑이 서브 득점을 주고받았다. 폴란드가 윌프레도 레온의 강서브로 토리 데팔코의 포히트 범실을 유도하며 먼저 6-3으로 앞서갔지만, 미국도 토마스 제쉬키와 데팔코의 연속 득점으로 곧바로 추격했고 여기에 알렉산더 슬리브카의 범실까지 나오며 점수 차는 금방 사라졌다.

계속해서 쫓기던 폴란드는 9-9에서 레온이 공격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다시 한 번 미국을 따돌리고자 했다. 미국이 10-12에서 데이비드 스미스의 속공과 앤더슨의 백어택으로 또다시 따라붙자, 레온은 작정한 듯 무려 시속 133km까지 찍히는 서브로 2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15-12 3점 차를 만들었다. 이후 폴란드는 레온이 벌어준 리드를 착실히 지켰다. 마르친 야누시는 서브 득점을, 비에니엑은 호쾌한 속공을 터뜨렸다. 미국이 21-24에서 데팔코와 맥스웰 홀트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했지만, 결국 데팔코가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폴란드가 25-23으로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초반, 야누시와 폴란드 미들블로커들의 호흡이 빛났다. 야누시의 깔끔한 패스를 비에니엑과 야쿱 코하노프스키가 여지없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미국도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크게 밀리지 않고 반격했지만, 5-5에서 슬리브카의 파이프와 홀트의 속공 범실, 코하노프스키의 서브 득점이 연달아 나오며 폴란드가 3점 차 리드를 잡았다. 폴란드는 레온이 쏟아지는 목적타를 힘겹게 받아내는 사이 루카시 카즈마렉과 슬리브카가 양 날개에서 힘을 내며 12-8까지 앞서갔다.
 

경기 양상이 답답해지자 존 스패로우 감독은 애런 러셀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고, 러셀은 투입 후 곧바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폴란드에는 비에니엑이 블록 후 착지 과정에서 오른발에 통증을 느끼면서 노베르트 후버와 교체돼 코트를 빠져나가는 불운이 찾아왔다. 데팔코의 서브 득점까지 터진 미국은 15-16 1점 차를 만들며 폴란드를 압박했고, 17-18에서 러셀의 득점이 나오며 마침내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은 듀스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고, 승자는 미국이었다. 24-24에서 스미스의 속공과 러셀의 블로킹이 연달아 터지며 반격에 성공했다.

2세트 역습을 허용한 니콜라 그르비치 감독은 3세트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 레온을 빼고 토마쉬 포르날을 선발로 기용했다. 먼저 앞서간 쪽은 폴란드였다. 6-6에서 카즈마렉의 득점과 러셀의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왔고, 카즈마렉이 재치 있는 볼 처리와 후버의 속공까지 더해지며 10-6으로 앞서갔다. 레온이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폴란드가 꾸릴 수 있는 OH 라인업 중 가장 리시브와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뛰어난 슬리브카-포르날 조합이 가진 힘이 제대로 발휘된 초중반이었다.

폴란드는 계속해서 미국을 몰아붙였다. 17-12에서는 카즈마렉이 러셀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고, 18-13에서는 포르날이 영리한 연타로 득점을 올렸다. 이후 앤더슨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폴란드는 가볍게 20점에 선착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스패로우 감독은 데팔코, 러셀, 스미스, 앤더슨, 크리스텐슨을 차례로 모두 빼며 사실상 4세트를 준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포르날의 연타 득점으로 세트포인트에 도달한 폴란드는 제이크 헤인스의 공격 범실과 함께 3세트를 25-18로 따냈다.

4세트, 기세가 오른 폴란드는 경기를 끝내기 위해 초반부터 힘을 냈다. 4세트에도 선발로 나선 이날의 ‘교체 듀오’ 후버와 포르날이 공격을 주도했다. 카즈마렉도 지친 기색 없이 계속 득점을 보탰다. 폴란드는 9-4에서 슬리브카가 러셀의 공격을 깔끔한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여유롭게 10점에 선착했다. 슬리브카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1-5에서 연속 득점을 퍼부으며 점수 차를 8점 차까지 벌리는 데 앞장섰다.

세트 중반, 미국이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다. 11-16에서 제쉬키가 카즈마렉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곧바로 코하노프스키의 블로킹으로 되갚아주며 유의미한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러셀의 서브 범실로 20점에 선착한 폴란드는 23-18에서 카즈마렉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골드 메달 포인트에 도달했고, 제쉬키의 백어택을 코하노프스키가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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