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숙제를 잘 해결한 염혜선 “선택의 폭이 좁았기에, 예쁘게 올리려고 노력했다”
- 여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5-01-13 12:00:31
염혜선이 어려운 숙제 하나를 잘 해결했다.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세터에게는 종종 어려운 상황이 닥치곤 한다. 리시브가 흔들려서 발이 지나치게 바빠져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나, 공격 옵션 하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선택을 강제당하는 경우가 그 예시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한정적인 세터로서는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상당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와 정관장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의 세터 염혜선이 맞이한 상황이 딱 그랬다. 노란-표승주-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의 리시브 라인이 일제히 흔들리면서 이동 폭이 너무 커졌고, 여기에 부키리치의 공격까지 평소보다 무뎌지면서 활용할 수 있는 옵션도 제한적이었다. 한 가지 힘든 상황만 나와도 경기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두 가지 모두를 감당해야 했던 것.
그러나 염혜선은 해냈다. 세터로서는 고난이도였던 경기를 어떻게든 풀어내며 팀의 3-2(25-23, 25-27, 25-22, 20-25, 15-12) 승리를 완성했다. 특유의 노련함과 재치로 힘든 상황을 잘 극복했고, 본인의 힘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서브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와 사후 미팅이 끝나고 인터뷰실로 들어오는 염혜선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승리에 대한 약간의 뿌듯함과 안도감도 함께 묻어났다. 염혜선은 “힘겹게 경기를 치른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에 잘 이겨낸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염혜선에게 이날 경기의 어려웠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는 “리시브가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는 결국 때릴 수 있는 공격이 제한된다. 또 이번 경기에서는 부키리치가 잘 안 풀렸기 때문에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쪽으로 점유율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경기 내용을 복기했다. 그러면서 염혜선은 “하지만 메가의 앞에 유서연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은 불가피했다. 그래서 최대한 볼을 예쁘게 올리려고 했다”며 메가를 주로 활용한 근거와 집중한 부분을 함께 소개했다.
다행히 염혜선의 근거 있는 선택과 함께 동료들의 버티는 힘이 살아나면서 정관장은 파죽의 9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염혜선은 “연승의 비결은 팀워크다. 원래 우리는 쉽게 무너지기도 했던 팀이었는데, 이제는 선수들 간에 서로 믿음이 더 커진 것 같다. 나부터도 선수들에게 리시브가 흔들릴 때 ‘내가 커버할 테니까 띄워만 놓으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달라진 팀의 응집력을 언급했다.
염혜선의 인터뷰에 앞서 승장 인터뷰를 진행한 고희진 감독은 “팀의 역사가 아닌, 리그의 역사를 쓰고 싶다”며 팀 최다연승 기록인 9연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를 전해들은 염혜선은 웃음을 터뜨린 뒤 “감독님 말씀대로 리그의 역사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다만 연승에 의미 부여를 하다보면 부담이 좀 커진다”며 그저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염혜선은 “나는 개인적으로 경기에서 이겨야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성향이다. 아무래도 운동선수라 그런 것 같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고 경기에서 이기려면 결국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지난 시간들이 나에게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약이 되는 것 같다”며 실패를 통한 성장으로 스트레스를 털어낼 승리를 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처럼 자존감과 승부욕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염혜선은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면서 또 한 번 성장의 발판을 밟았다. 이제 정관장과 염혜선은 10연승이라는 다음 목표를 정조준한다.
사진_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