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드러낸 2004년생 세터 김사랑도 모마만 바라보지 않았다
- 여자프로배구 / 인천/이보미 / 2023-12-21 12:00:00
현대건설의 프로 2년차 세터 김사랑이 첫 선발 경기에서 두둑한 배짱을 드러냈다.
김사랑은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3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깜짝 선발 출전했다. 주전 세터 김다인이 독감으로 결장하면서 선발 기회를 얻은 것.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사랑은 마지막까지 코트를 지키며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사랑은 코트 위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사랑이가 처음으로 선발로 들어갔는데 제 역할을 해줬다. 사랑이는 안전한 토스를 잘한다. 우리 히든 카드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긴장하지 않고 역할을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서브를 치는 것만 봐도 강하게 들어가면서 상대를 공략했다. 긴장을 하면 이상한 범실을 나오거나 했을 텐데 서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토스에서도 상대를 속이는 토스는 아니지만 본인 역량만큼 충분히 했다”고 덧붙였다.
김사랑의 볼 배분도 좋았다. 팀 컬러에 맞춰 김사랑도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만 바라보지 않았다. 이날 모마의 공격 점유율은 자신의 평균 수치인 35.4%보다 낮은 33.56%였다.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도 적극 활용하며 레트프 쪽 공격 활로도 뚫었다.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1, 2세트 소화한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도 각각 19.18%, 10.27%의 공격 비중을 가져갔다.
김사랑은 106회 세트를 시도해 41회를 성공시키면서 38.68%의 세트 성공률을 기록했다. 교체 투입된 이나연은 8회 세트를 시도했다.
현대건설의 다양한 공격 패턴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픈 공격 시도 비중 28.1%보다 퀵오픈 공격 시도 비중이 34.2%로 더 높았고, 속공 공격 시도 비중은 13.2%였다. 현대건설의 시즌 평균 속공 시도 비중 13.6%와 비슷한 수치였다. 후위 공격 시도 비중은 16.7%로 시즌 평균 13%보다 높았다.
물론 팀 리시브 효율이 37.5%로 상대보다 안정적이었기에 김사랑도 편하게 공을 올릴 수 있었다.
김사랑은 “사실 긴장을 많이 했다. 많이 맞춰보지 않아서 부담이 됐는데 그만큼 언니들과 선생님들을 믿고 그대로 잘하려고 했던 것 같다. 경기 초반에도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경기를 하면서 긴장이 풀리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확실히 상대는 강팀이고, 체육관이 크고 팬들도 많았다. 긴장 요인이 됐지만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면서 덜 긴장을 했던 것 같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오늘 사랑이가 본인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이 잘 된 것 같다. 사랑이도 잘했지만 위파위 수비 등 다른 선수들도 다같이 도와주면서 잘 버텼다”면서 “또 감독님이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 난 연차가 쌓여서 익숙하지만, 위파위가 처음 왔을 때도 어려울 수 있는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신다. 감독님부터 그렇게 해주시니깐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편하게 한다”면서 후배 김사랑을 포함한 팀원들의 ‘팀워크’와 강 감독의 남다른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현대건설은 선발 세터 김다인과 아포짓 모마와 더블 스위치로 김사랑, 황연주 더블 스위치로 교체 투입하곤 했다. 강 감독은 “작정상 더블 스위치로 바꾸는 것이 호흡 문제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는데 사랑이가 안정적으로 토스를 한다면 스코어나 경기 분위기를 봐서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173cm 김사랑은 파장초-수일여중-한봄고를 거쳐 2022-23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한봄고 시절에는 2022년 4관왕을 이끈 주역이었고, 그 해 U20 대표팀에 발탁돼 아시아선수권 주전 세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대표팀에서는 김사랑과 박은지(한국도로공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정관장)과 박수연(흥국생명), 아포짓으로 나선 김세빈(한국도로공사) 등과 함께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에는 7경기 14세트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소중한 선발 기회까지 얻었고, 서브로 1득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첫 득점을 기록했다. 동시에 팀은 승리까지 거머쥐며 9연승을 질주했다.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에 이어 기회를 얻은 ‘유망주’ 김사랑의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_인천/이보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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