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배구 발전의 도구가 되겠다” 마크 에스페호의 다부진 다짐 [아시아쿼터]
- 남자프로배구 / 제주/김희수 / 2023-04-28 07:00:21
V-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얻은 필리핀의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는 인터뷰 내내 조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이야기에선 단순한 도전 이상의 의미가 느껴졌다.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27일 제주 썬호텔 볼룸홀에서 진행됐다. 이날의 순번 추첨은 기존의 신인선수 드래프트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달리 모든 구단이 10개씩의 구슬을 넣은 채 진행됐다. 직전 시즌 순위가 낮은 팀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하위 순번을 받을 수 있었고, 순위가 높은 팀도 운만 따라주면 상위 순번을 노릴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입장에서 이러한 추첨 방식은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인 대한항공은 추첨 결과 3순위를 배정받으며 나쁘지 않은 순번을 획득했다. 순위대로 구슬 개수가 달라졌다면 쉽게 뽑기 어려운 순번이었다. 그리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소중한 3순위 지명권을 필리핀의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에게 행사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입혀주는 대한항공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에스페호는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드래프트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에스페호는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대한항공이 디펜딩 챔피언이라서 나를 뽑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뽑아주셔서 너무 영광스럽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로고와 유니폼이 마음에 드는지 묻는 질문에는 “이 로고가 되게 무겁게 느껴진다(웃음). 그렇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에스페호는 V-리그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나는 도전을 즐긴다. 그간 해외에서했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고, 그걸 한국에서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에이전트인 진용주 대표님이 한국에서 뛸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하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참가를 결정했다. 필리핀에도 배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서 필리핀 남자배구에서 본인의 입지는 어떤지 묻는 질문에 에스페호는 미소를 지으며 “부끄럽다(웃음). 아마 남자부에서는 내가 아이콘이지 않을까 싶다”는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내놨다. 앞서 진행된 여자부 트라이아웃에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된 MJ 필립스(미국/필리핀)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누군지는 알고 있는데 교류가 있던 선수는 아니다. 앞으로는 자주 교류할 것 같다. 우리가 V-리그의 두 명뿐인 필리핀 선수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에스페호를 지명한 대한항공은 리그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정지석과 곽승석을 보유한 팀이다. 에스페호에게 이를 언급하자 그는 “나도 국가대표다”라면서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서로 많이 도와야 한다. 물론 경쟁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팀을 돕고자 할 것이다. 정지석과 미얀마에서 치러진 U23 대회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이제는 동료가 됐다. 흥분되고 기대된다”며 ‘석석 듀오’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개인의 도전을 넘어 필리핀을 대표하기 위해 한국에 온 마크 에스페호. 그의 도전에 벌써부터 수많은 필리핀 팬들은 SNS를 통해 기대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과연 에스페호가 다음 시즌 대한항공에서 보여줄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사진_제주/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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