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폰푼의 한국 적응기, “감독님 호통? 한국어 잘 몰라서 다행이다”
- 여자프로배구 / 화성/이보미 / 2023-11-02 12:00:31
여자 프로배구 아시아쿼터 1순위인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약 3주가 지났다. 여전히 한국 배구 그리고 한국 생활에 적응 중이다.
폰푼은 태국 여자배구대표팀 주전 세터로 IBK기업은행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고 V-리그에 입성했다. 지난달 10일 입국한 폰푼은 7일 뒤 시즌 첫 경기인 정관장전에서 교체 투입됐고, 이후 4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5경기 20세트 출전해 공격과 블로킹으로도 득점을 챙기며 15득점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은 김하경을 교체 멤버로 기용 중이다. 폰폰의 세트 점유율은 63.69%, 세트 성공률은 38.66%를 기록하고 있다.
폰푼의 강점은 빠른 토스다. 명세터 출신인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도 “빠른 공을 갖고 있다. 다만 빠른 공을 공격수가 얼마나 잘 때릴 수 있게 주는가가 중요하다. 공이 빠르지만 공격수 앞에는 멈춰야 한다. 그래야 공격수가 자기 기량으로 밀어때리거나 한다. 이 부분만 좀 더 이해를 하면 더 좋은 세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을 내렸다.
지난 5경기에서도 폰푼의 퀵오픈 시도도 가장 많았다. 폰푼의 전체 공격 시도 중 44.9%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다만 속공과 이동공격 시도 점유율은 각각 8.4%, 1.1%로 저조하다. 김 감독도 “리시브만 되면 폰푼이 잘하는 속공, 이동공격도 해야 한다. 동시에 아베크롬비한테도 공이 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주문은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며 채찍질을 가했다.
폰푼은 태국 대표팀에서도 어느 위치에서든 속공을 시도하며 상대 허를 찔렀다. 찻추온 목스리와 아차라폰 콩욧, 핌피차야 코크람으로 이뤄지는 삼각편대는 물론 미들블로커까지 공격 자원들을 고루 활용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동시에 빠른 공격으로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폰푼은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로 조율 중이다. 폰푼은 “이제 한달이 다 돼간다. 오자마자 바로 경기에 뛰었다. 선수들 모두가 서로 맞춰주려고 하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아직도 세터와 공격수가 맞춰가는 과정이다. 태국에서는 폰푼이 눈 감고도 토스를 할 정도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여기서는 생각한대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다. 결국 이겨내야 한다”면서 “수비가 됐을 때 배분하는 것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태국에서 하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빠르게 줄 때가 있다. 공격수로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새롭게 영입한 ‘살림꾼’ 황민경 영입은 물론 팀 중심을 잡아줄 세터 폰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 감독도 “IBK기업은행을 확 바꿀 수 있는 구심점이 세터다”고 말할 정도로 폰푼의 역할이 크다. 아직 팀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있는 단계인 만큼 고민이 깊은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필요한 IBK기업은행이다.
1993년생 폰푼도 풍부한 경험과 유쾌한 성격으로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폰푼은 2018-19시즌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로 진출해 새로운 도전을 했고, 2020-21시즌에는 일본 V.리그 무대에도 올랐다. 2022-23시즌에는 루마니아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무엇보다 태국 대표팀에서 눗사라 톰콤의 은퇴 이후 주전 세터로 낙점됐고, 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IBK기업은행에서도 폰푼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을 하고 있다. 1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후에도 크게 환호하며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인터뷰실에서 만난 폰푼도 유쾌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승리를 신고한 폰푼은 “팀을 이기게 할 수 있어서 좋다. 계속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힘줘 말했다.
같이 인터뷰실에 들어온 황민경이 지난 한국도로공사전 3-2 승리 이후 눈물 이야기에 “많은 놀림을 받았다”고 하자, 폰푼도 “왜 울었는지 이해한다. 나도 놀리고 싶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호철 감독의 ‘호통’도 알고 있다. 폰푼은 “한국어를 잘 몰라서 다행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황민경이 “눈으로 말하시지 않냐”고 묻자, 폰푼은 “표정 등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가끔 놀라는 것 말고는 괜찮다”며 재치있게 말했다.
태국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인 위파위 시통은 현대건설 소속으로 뛰고 있다. 위파위는 앞서 “태국보다 한국이 춥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폰푼은 “다른 나라에도 겨울 시기에 간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춥지도 않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추워지면 장갑을 끼고 하겠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불고기’, ‘어묵’을 직접 한국어로 말했다. 폰푼은 “고기가 제일 좋다. 불고기. 어묵”이라고 전했다. 코트 위에서와는 달리 활발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폰푼이다.
폰푼은 GS칼텍스의 아이리스 톨레나다(필리핀)와 함께 V-리그 여자부에서는 최초의 외인 세터들이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도 있듯이 세터의 역할은 중요하다. 세터에 따라 팀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 폰푼이 이끌어갈 IBK기업은행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_화성/이보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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