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 종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중간점검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12-30 03: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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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편집부] 바쁘게 달려온 도드람 2020-2021 V-리그는 2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일정 절반에 해당하는 3라운드까지 소화했다. 시즌 전 예상대로 흘러간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는 가운데 전반기 V-리그 판도를 남녀부로 나누어 살펴본다. 먼저 살펴볼 곳은 3라운드 막판 연승과 연패가 겹치면서 굉장히 치열한 중상위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남자부다.

(기록은 3라운드 종료 시점 기준)

남자부 순위
1위 대한항공 승점 36점, 13승 5패
2위 KB손해보험 승점 35점, 12승 6패
3위 OK금융그룹 승점 32점, 12승 6패
4위 우리카드 승점 30점, 10승 8패
5위 한국전력 승점 26점, 8승 10패
6위 삼성화재 승점 16점, 3승 15패
7위 현대캐피탈 승점 14점, 5승 13패

'비예나 없이도 1위' 대한항공, 고공비행 이어갈까?
대한항공은 개막 전부터 가장 유력한 1위 후보로 떠올랐다. 과정은 조금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1위로 3라운드 일정을 마쳤다. 1위에 오르고 이를 지키기까지 과정은 예상과 다를 수 있었지만 몇 차례 위기를 잘 넘기면서 1위에 올랐다.

한선수-정지석-곽승석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3인방은 올 시즌에도 건재했다. 정지석은 득점 7위(362점), 공격 성공률 2위(56.19%), 서브 4위(세트당 0.474개)에 오르는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곽승석은 디그 1위(세트당 2.513개), 리시브 3위(효율 46.75%)에 오르는 등 탄탄한 수비를 과시했다. 3라운드 들어서는 공격도 앞선 1~2라운드와 비교해 좋아졌다(1~2라운드 공격 성공률 44.39%, 3라운드 52.71%).

끝내 부상으로 팀을 떠난 비예나를 대신해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오는 임동혁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임동혁이 공격에서 활약해준 덕분에 외국인 선수가 없는 와중에도 대한항공은 버틸 수 있었다. 2라운드까지 공격 성공률 44.16%를 기록한 임동혁은 3라운드 여섯 경기에서는 공격 성공률을 54%까지 끌어올렸다. 경기당 득점도 25.33점(6경기 152점)에 달했다. 임동혁과 곽승석도 공격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면서 2라운드까지 3위였던 대한항공은 3라운드 5승 1패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1월에는 새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합류한다.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한 OK금융그룹 시절 뛰어난 공격력 대비 범실도 많은 편이었고 리시브도 안정적이진 않지만 대한항공에는 공수 양면으로 요스바니 부담을 덜어줄 자원이 많다. 윙스파이커, 아포짓 스파이커 모두 소화할 수 있어 다양한 라인업 운용도 가능하다. 자가격리 후 얼마나 빨리 몸 상태를 올리고 팀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전과 비교해 속공 파괴력은 떨어졌고(속공 성공률 54.49%로 4위) 꾸준하게 믿음을 주는 미들블로커는 없지만 산틸리 감독은 여러 선수를 활용하면서 이를 만회하고 있다. 요스바니가 정상적으로 합류한다면 후반기에도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 대한항공이다.


돌풍의 중심, OK금융그룹&KB손해보험은 3강 자리를 지킬까?
OK금융그룹과 KB손해보험 약진은 남자부를 더 흥미롭게 만든 요소였다.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하위권에 처졌던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즌 초반 구축됐던 3강 기류에 변수가 생겼다.  

 


OK금융그룹은 3라운드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시즌 첫 연패를 당하면서 3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3라운드에도 석진욱 감독이 매 라운드 목표치로 설정한 4승 2패에 못 미쳤다(3승 3패). 시즌 초반 보여준 팀의 강점이 조금씩 약해지는 게 불안한 대목이다. 진상헌 합류로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중앙은 진상헌이 3라운드 들어 기록이 급격히 떨어짐과 동시에 헐거워졌다.

2라운드까지 속공 성공률 71.76%, 세트당 블로킹 0.787개를 기록한 진상헌은 3라운드 들어 속공 성공률 45.16%, 세트당 블로킹 0.5개에 그쳤다. 팀 지표도 함께 떨어졌다(속공 성공률 1~2R 59.77%⟶3R 48.78% / 세트당 블로킹 1~2R 2.96개⟶3R 1.807개). 송명근 부진도 뼈아프다. 1라운드 공격 성공률 53.7%를 기록했던 송명근은 2라운드 42.86%, 3라운드 45.56%로 좋지 않다. 최근에는 별다른 부상이 없음에도 폼이 올라오지 않아 선발로 나서지 않는 경기도 늘어나고 있다.

OK금융그룹에 그래도 긍정적인 건 송명근이 주춤할 때 대신 자리를 채워준 선수들 활약이다. 꾸준함은 조금 덜했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홍석은 2라운드 공격 성공률 54.29%, 3라운드 54.55%를 기록했다. 리시브는 아쉬웠지만 공격력은 좋았다. 윙스파이커 훈련을 거듭한 끝에 올 시즌 비로소 윙스파이커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는 조재성도 리시브에서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시즌 전체 리시브 효율 35.2%, 3라운드 40%). 이런 백업 활약이 더해진 덕분에 3라운드 송명근이 주춤할 때도 버틸 수 있었다.

KB손해보험은 1순위 외국인 선수 케이타가 개막과 함께 기대치를 웃도는 활약을 펼치면서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2라운드까지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1위를 차지하며 이전과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케이타는 2라운드까지 12경기에서 총 463점으로 경기당 38.58점에 공격 성공률 56.74%로 역대급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기록을 남겼다. 3라운드와 함께 위기가 찾아왔다. 3라운드 첫 경기 승리 후 3연패에 빠지면서 자칫 선두 경쟁에서 이탈할 뻔했지만 3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해 분위기를 바꿨다.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불안요소는 많이 남아있다. 케이타가 3라운드 들어 2라운드까지와 비교해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기가 늘었다. 실제 기록에서도 3라운드 여섯 경기 공격 성공률은 50.76%로 떨어졌다. 2라운드까지 50% 이상이던 오픈 공격 성공률(52.13%)도 3라운드에는 48%로 하락했다. 3라운드까지도 공격 점유율이 57.72%에 달하는 만큼, 케이타 체력이 후반기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KB손해보험이 시즌 마지막까지 상승 동력을 이어가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다.

김정호가 공격에서는 3라운드까지도 상당히 좋은 기록을 남겨주고 있다는 건 위안거리다. 특히 3라운드 마지막 2연승 중심에 김정호가 있었다. 3라운드 중반부터는 정동근과 김도훈이 선발 라인업에 합류해 김정호 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전히 김정호 리시브 점유율은 팀에서 가장 높은 가운데(1~2라운드 리시브 점유율 37.22%, 3라운드 34.33%) 새로 투입된 두 선수가 좀 더 안정감을 보여줘야 김정호 짐을 확실히 덜어줄 수 있다.

우리카드 반등세 어디까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하위권에 처졌던 전 시즌 1위 우리카드와 지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한국전력은 어느덧 상위권도 노려볼 만한 위치로 올라섰다. 특히 우리카드는 4연승으로 3라운드를 마치면서 3위와 승점차를 2점으로 좁혔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에 가장 많은 승점(14점)을 획득한 팀이다.



‘알렉스 윙스파이커-나경복 아포짓 스파이커’ 체제에 하승우 주전 세터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엇박자가 났다.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입어 몸을 완전히 만들지 못하고 시즌에 들어선 알렉스는 기대하는 만큼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하승우도 크게 흔들렸다.

2라운드 초반까지도 고전하던 우리카드는 나경복 부상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반등했다. 나경복이 빠지고서부터 알렉스를 아포짓 스파이커로 옮겼고 지난 11월 24일 대한항공전부터 선발로 복귀한 하승우도 조금씩 기대하던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알렉스와 하승우가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우리카드도 안정감을 찾았고 3라운드 반등에 성공했다. 나경복이 부상 복귀 첫 경기 이후 공격이 계속 주춤하다는 게 최근 우리카드 새로운 고민거리다.

한국전력은 개막 7연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현대캐피탈과 대형 트레이드 이후 8승 3패로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신영석, 황동일 등 베테랑이 주전 라인업에 합류하면서 팀에 안정감이 생겼고 특히 신영석 가세로 약점으로 지적되던 미들블로커진도 단숨에 보강하면서 어느 팀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두 팀은 가지고 있는 강점과 고민거리가 유사한 지점이 있다. 각각 알렉스와 나경복, 러셀과 박철우라는 확실한 좌우 공격수를 보유했다는 점은 향후 레이스에서도 기본적인 힘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이다.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좌우 공격수들이다. 한국전력은 러셀, 우리카드는 나경복이 해당한다. 러셀은 경기가 끝나고 기록을 보면 나쁘지 않지만 세트마다 편차가 심하다. 리시브에서 약점이 커 다른 선수들 희생을 많이 요구하기도 한다. 그만큼 공격에서 꾸준함과 함께 확실한 한방을 보여줘야 하지만 기복이 아쉽다. 서브와 블로킹에서 상당히 좋은 기록(서브 1위, 블로킹 11위)을 남기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우리카드는 알렉스가 아포짓 전향 이후 꾸준히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경복이 복귀 후 공격력이 시즌 초반에 못 미친다는 게 아쉽다. 고민은 있지만 두 팀 모두 상위권을 노려볼 만한 확실한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후반기도 기대할 만하다.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동반 하위권 추락
남자부 전통의 명가로 꼽히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지만 올 시즌은 쉽지 않다. 3라운드를 마친 시점에 각각 6위, 7위에 머물러있다.



비시즌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젊은 선수 위주로 개편한 삼성화재는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현대캐피탈은 전광인 입대로 전력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허수봉이 제대하고 기존 전력이 있기에 상위권 경쟁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한국전력과 대형 트레이드로 베테랑을 보내고 전면 리빌딩 노선을 밟으며 하위권으로 처졌다. 리빌딩을 천명한 순간부터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은 예상됐지만 두 팀 모두 순위표 가장 아래쪽 두 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은 분명 익숙하지 않다.

삼성화재는 황경민과 신장호로 윙스파이커진을 개편했고 미들블로커진에도 트레이드 전에는 김정윤, 트레이드 이후 상무 선수 제대 후에는 안우재까지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리베로 자리도 신인 박지훈과 2년차 구자혁이 지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장호가 공격과 서브에 걸쳐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황경민도 3라운드 들어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리면서(3라운드 공격 성공률 50.43%)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줬지만 외국인 선수로부터 오는 아쉬움으로 승리가 많진 않았다.

결국 팀을 떠난 바르텍은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서브도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쳤다. 바르텍 없이 치른 첫 경기였던 12월 17일 KB손해보험전에서 김동영 활약과 강서브로 연패를 끊었지만 이후 3연패 과정에는 한방에서 오는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강서브를 앞세워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많은 서브 범실과 경기를 마무리해줄 해결사 부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트레이드 이후에도 몇 차례 라인업 조정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져가지 못했다. 허수봉이 제대한 이후에는 선발 라인업이 어느 정도 고정됐지만 흔들리는 부분이 많다. 팀 리시브 효율은 3라운드를 마친 시점에 39.51%로 2위지만 3라운드 여섯 경기에는 27.57%에 불과하다. 3라운드 한정 7개 팀 중 5위다. 흔들리는 리시브와 함께 김명관도 아직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리빌딩 과정인 두 팀 모두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선수들이 라인업 대부분을 이루다 보니 경기마다, 세트마다 경기력 편차가 크다. 이는 경험이 쌓여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시즌을 치르면서 유망주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자리를 잡느냐가 경기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두 팀이다. 현대캐피탈은 특히 김명관이 얼마나 빨리 중심을 잡느냐, 삼성화재는 마테우스 합류 이후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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