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원과 임명옥이 함께 살아나야, 반격의 실마리가 보인다 [CH2]
- 여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04-01 06:00:11
한국도로공사만의 끈끈하고 단단한 배구가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도로공사의 두 기둥이 번갈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에 1, 2차전을 내리 패하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칠 위기에 처했다. 29일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한국도로공사는 31일 2차전에서도 세트스코어 0-3(18-25, 15-25, 21-25)으로 패하며 승리 없이 김천으로 내려가게 됐다.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규시즌 전적이 1승 5패일 정도로 흥국생명에 상성 상 열세기도 하고, 배유나와 전새얀, 박정아 등이 갑작스러운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떨어진 탓도 있다. 정규시즌 종료 전에 1위를 확정짓고 여유롭게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한 흥국생명에 비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정규시즌을 치른 뒤 플레이오프를 거친 한국도로공사가 체력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이러한 이유들이 있다고 해도 지금 한국도로공사의 배구는 너무 무기력하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줬던 한국도로공사만의 단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 단단함의 출처를 알아야 한다.
한국도로공사의 배구에서 핵심은 언제나 2인 리시브였다. 대다수의 팀들이 아웃사이드 히터 두 명과 리베로 한 명을 리시브에 가담시키는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리베로 임명옥과 아포짓 문정원만을 리시브에 가담시킨다.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리시브가 불안정한 대신 확실한 높이와 공격력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의 활용 폭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러한 2인 리시브 체제가 가능한 이유는 리그 최고의 리시버인 임명옥과 문정원이 한국도로공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특히 두 선수의 단단함이 빛났다. 정규시즌 리시브 효율 순위에서 임명옥이 1위(59.85%), 문정원이 2위(56.94%)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번 시즌은 역대로 따져도 가장 견고하게 2인 리시브 체제가 가동된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선수가 한국도로공사라는 팀을 굴러가게 하는 두 톱니바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렇게 1차전을 패한 뒤 찾아온 2차전, 문정원은 58.33%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언제나 철벽같았던 임명옥의 리시브가 무너졌다. 22.22%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고, 정확하게 이윤정의 머리 위로 향한 리시브는 5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하나의 톱니바퀴가 기능을 회복하자 반대쪽 톱니바퀴가 덜컹거린 꼴이었다. 그렇게 한국도로공사는 2패를 기록하며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됐다.
지금의 한국도로공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기존에 보여주던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다. 그래야 기적적인 반격을 노려볼 수 있고, 설사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이 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톱니바퀴가 반드시 함께 돌아가야 한다. 임명옥과 문정원이 동시에 원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국도로공사만의 배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분명 두 선수 모두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경기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의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나아가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두 선수의 동시다발적 부활이 절실하다. 임명옥과 문정원의 실력과 경험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 수준이다. 어쩌면 그 실력과 경험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과연 두 톱니바퀴는 극적인 순간 다시 함께 돌아갈 수 있을까.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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