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play for them!” 팬들의 존재는 테일러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유 그 자체다

여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5-01-13 06: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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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을 마친 테일러는 그야말로 페퍼저축은행의 복덩이였다.

테일러 프리카노(등록명 테일러)는 기존 외인이었던 바르바라 자비치를 대신해 페퍼저축은행에 합류한 대체 외인이다. 그는 합류 이후 팀에 녹아드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비시즌을 함께 하지 못한 만큼 호흡을 맞추는 데 시행착오가 있었던 데다, 정통 아포짓이 아닌 탓에 공격 패턴도 다르게 가져가야 했다. 많은 팬들과 배구인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았던 지난 전반기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테일러가 실력 발휘에 나섰다. IBK기업은행과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기지개를 제대로 켠 테일러는 1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서브 득점 1개 포함 24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44.23%로 준수했다. 4세트에는 23-24에서 듀스를 만드는 극적인 반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경기 후 테일러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승리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관계자들까지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행복하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테일러의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장소연 감독은 “테일러가 직전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이에 동의하는지 묻자 테일러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은 나의 목표 중 하나였다.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확실히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장 감독의 이야기에 수긍했다. 그러면서 테일러는 “상금은 스태프들과 동료들에게 커피를 선물하는 데 쓰려고 한다. 트리플 크라운은 나 혼자 달성한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의젓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전반기에 적응기를 거쳤던 테일러는 “이제 리그 적응은 다 됐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태프들과 동료들이 나의 적응을 많이 도와줬다. 그들의 환영 덕분에 리그에 적응하기 쉬웠다고 생각한다. 한국 리그만의 유니크한 면들이 있는데, 거기에 적응하는 데 신경을 썼다. 유니크한 면들을 설명하자면 수비적인 부분에서 수준이 높은 리그고, 미들블로커들의 앞 시간차 공격이 잦은 부분도 독특하다. 미들블로커와 윙 공격수들의 동반 공격 콤비네이션에도 다른 리그와 차이가 있다”며 적응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려줬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세 시즌 동안 최하위를 전전했다. 이러한 팀에 합류해서 순위 상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테일러를 괴롭히지는 않을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테일러는 전혀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는 “부담감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과소평가를 당하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부담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순위가 낮은 팀에서 뛰는 게 처음도 아니다”라며 편안한 환경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밝혔다.


인터뷰 내내 다부진 답변들을 이어가던 테일러는 페퍼저축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We play for them(우리는 그들을 위해 경기한다)”이라는 말로 운을 뗀 테일러는 “우리의 노력을 팬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많은 원정 팬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었는데, 우리의 승리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며 또 한 번의 프로페셔널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테일러의 부침도, 페퍼저축은행의 부진도 이제는 끝날 기미가 보인다. 매 경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의 테일러와 함께 하는 전진이 기대되는 후반기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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