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들 활약에 함박웃음 짓는 최태웅 감독…문성민까지 돌아온다 '화룡점정'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1-07 02: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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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내가 '패해도 선수들 분위기는 좋다'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긴 했지만 선수들 분위기는 정말 좋다. 어린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는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6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경기를 3-2로 승리한 뒤 이러한 말을 남겼다.

시즌 초반 모두를 놀라게 한 '시즌 중 리빌딩'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현대캐피탈. 신영석, 황동일 등이 나가고 김명관, 이승준이 들어왔다. 또한 김선호-박경민 등 신인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고전을 면치 못하며 계속 패했고, 순위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전통의 명가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팬들 역시 현대캐피탈의 추락에 적잖은 실망감을 갖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 "젊은 선수들, 차고 나가는 힘이 생겼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팬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 경기에서 패한다고 화내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했다. 어차피 한 번 넘어져야 한다면, 빨리 넘어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최태웅 감독은 매 경기 전후로 "패하고 있지만 선수들 분위기는 좋다. 조금씩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런 최태웅 감독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정말로 젊은 선수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다우디(18점)를 제외하고, 허수봉(20점)-김선호(12점)-차영석(14점)이 54점을 합작했다. 김선호는 친구 임동혁의 공격을 두 번이나 블로킹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차영석은 데뷔 후 개인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뿐이 아니다. 김명관은 완벽한 패스로 팀 동료들의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리베로 박경민은 리시브 효율 53.86%, 디그 11개를 잡아내며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물론 외인이 빠졌지만 최고의 토종 라인을 자랑하는 대한항공과 혈투에서 승리했다.

경기 후 최태웅 감독은 "중간중간 흔들릴 때 차고 나가는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힘이 드디어 오늘 나왔다"라고 칭찬했다.

영건들 활약이 많이 반가운 최태웅 감독이다. 김선호, 박경민, 허수봉, 김명관까지 현대캐피탈을 이끌어 갈 신예들이다. 이 선수들이 범실을 해도, 공격이 막혀도 제 플레이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면 최태웅 감독은 흐뭇하다. 그게 바로 원했던 모습이고, 젊은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주눅이 안 든다. 경기를 지더라도 주눅이 드는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패배 후 일어서는 과정을 알고 있다. 내가 '패해도 선수들 분위기는 좋다'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긴 했지만 선수들 분위기는 정말 좋다."

김명관도 기복을 털어내고 최태웅식 배구에 적응하고 있고, 허수봉도 차세대 에이스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김선호와 박경민은 벌썹퉈 최태웅 감독이 신인왕으로 밀고 있다.

최 감독은 "신인상을 두 명에게 줄 수 있다면 두 선수에게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한국 배구에 큰 자원이 될 선수다. 훈련 태도나 프로로서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준비하는 과정도 좋다. 잘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우디도 한국에 들어온 여자친구 힘을 얻어 공격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고, 최민호도 캡틴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영건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준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순 없다. 아쉬운 점이 당연히 있다. "템포만 더 빨리 가져간다면 내가 원하는 배구가 나올 것 같다." 최태웅 감독의 이야기다.
 

 

문성민, 2~3주 후 투입 가능

이 부분을 채워줄 지원군이 온다. 바로 현대캐피탈 프랜차이즈 문성민이다. 문성민은 최태웅 감독과 함께 현대캐피탈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문성민은 비시즌 무릎 재활, 작년 말에는 왼쪽 발목을 다치며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조금씩 정상 컨디션에 도달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렸다. 

최태웅 감독은 "2~3주 안에는 경기 투입이 가능할 것 같다. 성민이는 윙스파이커로 기용할 생각이다. 성민이가 코트에 나올 때는 수봉이를 미들블로커로 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건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구심점을 잡아줄 선수는 필요하다. 그게 문성민이다. 최 감독도 "'컴백 문성민', '돌아와라 문성민'. 조심스럽긴 하지만 빨리 코트로 왔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승점은 16점, 3위 OK금융그룹과 승점 차는 19점이다. 준플레이오프(3위와 4위의 승점 3점 이내시 펼쳐진다) 마지노선인 4위 우리카드와는 14점 차다. 결코 줄이기 쉽지 않은 승점 차다.

하지만 배구공은 둥글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 조금씩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도 분명 기대해봐야 한다. 그리고 문성민이 가세했을 때는 공격력에도 힘이 더해진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젊은 선수들을 보며 새로운 배구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최태웅 감독. 돌아오는 문성민과 함께 빛나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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