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감독의 두 남자, "가성비 최고" 신장호와 "너무 큰 숙제" 바르텍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12-10 02: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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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요즘 고민이 많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새롭게 시즌을 끌고 가며 비시즌 때부터 외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 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0-3으로 셧아웃 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이날 삼성화재에서는 단 한 명의 선수만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바로 신장호다. 17점, 공격 성공률 53.85를 기록하며 대한항공과 비교적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데 일조했다. 화끈한 공격과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4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신장호는 저비용 고효율 모델 

2019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신장호는 지난 시즌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 부임한 고희진 감독은 신장호를 눈여겨봤고, 그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다. 신장호는 고희진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으며 황경민과 주전 윙스파이커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올 시즌 13경기(53세트)에 출전해 139점, 공격 성공률 55.14%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10점이 넘는다. 

 

고희진 감독은 팀의 부진 속에서도 신장호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경기를 앞두고 고 감독은 "신장호는 이제 2년 차다. 2R 우리카드전 빼고는 모두 잘했다. 연봉도 얼마 못 받는데 가성비가 정말 최고인 선수다. 야구로 따지면 저비용 고효율이다. 지금 잘 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신장호는 화끈한 공격력은 물론이고 블로킹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1세트 임재영, 2세트에도 정지석의 공격을 막는 등 총 4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특히 3세트 19-21 긴 랠리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신장호가 하이볼 공격을 처리하자 고희진 감독은 신장호를 껴안았다. 패색이 짙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박빙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3세트는 듀스 접전까지 갔다. 

 


기복 심한 바르텍에 고희진 감독은 "내가 뽑았으니 내 잘못"

신장호가 고희진 감독의 미소를 만든다면, 외국인 선수 바르텍은 고희진 감독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바르텍은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해 333점, 공격 성공률 49.33%를 기록 중이다. 사실 표면적인 기록만 보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고희진 감독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경기, 세트마다 기복이 상당하다. 어떨 때는 정말 잘하지만, 어떨 때는 답답할 정도로 공격이 막힌다. 고희진 감독은 바르텍을 다그친 적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경기를 앞두고 가벼운 발목 부상을 입었다. 바르텍은 발목 통증을 참고 뛰었지만 돌아온 결과는 아쉬웠다. 9점, 공격 성공률은 38%에 머물렀다. 9점은 바르텍이 V-리그 입성 후 개인 한 경기 최저 득점이다. 

 

이렇게 해줘야 할 때 못 해주니 아쉬울 따름이다. 예년 시즌 같았으면 교체도 생각해보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교체도 쉽지 않다. 선수를 찾는 것도 문제겠지만, 그 이후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 이적 과정을 거친 후 코로나19 자가격리를 필수로 거쳐야 한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교체하면 최소 5라운드 정도는 되어야 경기를 뛸 수 있다고 한다. 

 

고희진 감독 역시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인해 쉽지 않다. 제대로 뛰려면 6주에서 8주는 걸린다는데 팀에 합류하면 시즌이 끝난다"라고 말했다. 고 감독은 "우리가 만약 트라이아웃에 가서 보고 뽑았으면 아쉽지 않았을 텐데 영상만 보고 뽑아 아쉽다. 그래도 내가 뽑았으니 내가 잘못한 것이다.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바르텍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만드는 것도 내 숙제다"라고 말했다. 

 

신장호의 잠재력이 터진 만큼 바르텍도 기복 없이 경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고희진 감독도 걱정을 덜고 시즌을 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감독의 운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팀을 정상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게 감독의 숙제다. 그래서 고희진 감독도 "바르텍 부진은 초보 감독에게 너무 큰 숙제다"라고 말한다. 

 

다음 경기에서는 고희진 감독이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 수 있을까.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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