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표상' 한국전력 박철우&신영석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11-19 02:00:34
[더스파이크=수원/이정원 기자] 이제는 진정한 한전맨이 되어가고 있다. 박철우와 신영석의 이야기다.
한국전력은 지난 1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세트스코어 3-2(23-25, 25-22, 27-25, 20-25, 15-12)로 승리했다. 개막 7연패 후 최근 2연승을 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어느덧 5위 현대캐피탈, 6위 삼성화재와 승점 8점 동률을 이뤘다.
2연승에는 베테랑들의 활약이 크다. 지난 주 신영석-황동일-김광국 등이 새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한국전력 베테랑 선수들 중에서도 신영석(34)과 박철우(35)의 존재감은 여전히 뛰어나다. 이날도 박철우는 23점을 올렸고, 신영석 역시 블로킹-서브 각 1개 포함 9점을 기록했다.
사실 아직도 많은 팬들에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한국전력 홈 코트를 누비는 박철우와 신영석이 어색하다. 둘은 지난 몇 년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에이스로 각각 살아왔다. 박철우 하면 '푸른 피의 에이스', 신영석 하면 '현대캐피탈의 기둥'. 이 두 단어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심지어 신영석은 올 시즌 현대캐피탈 주장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지금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있다. 박철우는 FA를 통해, 신영석은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 옷을 입었다. 이제는 한국전력 반등을 위해 뛴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문 한국전력의 반등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영석이 오기 전까지 박철우가 고군분투했지만, 쉽지 않았다.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도 팀은 패했다. 이제 신영석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왔다. 효과는 확실하다. 7연패도 탈출하고, 선수들의 개개인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신영석과 박철우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시즌 중반에 넘어온 신영석은 금세 한국전력 분위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신영석이 합류했을 당시 한국전력은 7연패에 빠진 팀이었지만 7연패에 빠진 팀치곤 분위기가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경기를 한 번 이겨보자'라는 오기가 한국전력 연습장을 가득 메웠다. 신영석은 그런 분위기에 바로 매료됐다.
박철우는 "영석이를 비롯해 이번에 넘어온 베테랑 선수들이 팀에 오자마자 바로 적응했다. 이적해 넘어온 선수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합이 잘 맞는다. 편안하다"라며 "영석이는 많이 놀랐다고 하더라. 7연패를 하는 팀이었는데, '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뭉쳐 있어서 깜짝 놀랐다더라. 그런 분위기가 자신에게 힘이 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미 두 선수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박철우는 공격 성공률 4위(51.99%), 득점 6위(190점)에 올라 있다. 득점은 국내 선수 1위고, 공격 성공률은 대한항공 정지석에 이어 국내 선수 2위다. 만 35세 베테랑이 이 정도다.
신영석 역시 말할 필요가 없다. 2017-2018시즌에 미들블로커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올 시즌 아직 블로킹 9위, 속공 10위에 머물고 있지만 점차 컨디션이 올라오는 중이다. 현재는 이단 연결, 서브 등에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병철 감독도 박철우, 신영석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장 감독은 "밑에 있는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더 열정적으로 훈련한다.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한국전력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전히 최하위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함께 반등을 꿈꾸는 베테랑들이 있기에 내일이 무섭지 않다. "나와 띠동갑을 넘어선 어린 선수들도 있다. 그래도 편하게 해주려 한다. 젊은 미들블로커 선수들은 신영석을 보고 배우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호해 준다.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어가고 있다. 세터들도 잘 해주고 있다. 같이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담겨 있다." 박철우의 말이다.
이어 "파란 색이든, 빨간 색이든 유니폼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팀에 헌신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팀에 헌신할 것을 약속한 박철우다.
베테랑은 나이만 많다고 베테랑이 아니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갖춰야 진정한 베테랑이라는 칭호를 듣는다. 박철우와 신영석은 경험도 많고, 실력도 갖췄고, 리더십도 갖췄다. 성적과 젊은 선수들의 선생님이 필요한 한국전력에 안성맞춤형 선수들이다.
한국전력은 오는 2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화재와 경기를 통해 시즌 첫 3연승에 도전한다.
사진_수원/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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