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증명한 1R 1순위 듀오, PO는 그들의 기폭제가 됐을까 [PO3]
-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3-03-29 06:00:43
오랜만의 선발 기회를 잡은 미완의 대기는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선발에서 밀려나 교체로 투입된 영건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날아올랐다. 1라운드 1순위 듀오 김명관과 홍동선의 이야기다.
김명관과 홍동선은 모두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로 호명된 선수들이다. 김명관은 2019-2020 드래프트에서 한국전력에 1순위로 지명된 뒤 트레이드를 통해 2020-2021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뛰고 있다. 홍동선은 2021-2022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1순위로 지명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두 선수의 프로 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명관은 경기력 기복에 시달리며 좀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홍동선 역시 여러 포지션을 옮겨 다녔지만 어느 자리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번 도드람 2022-2023 V-리그에서도 두 선수는 확고한 주전 자리를 확보한 선수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중요한 순간 날아올랐다.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25-19, 25-19, 23-25, 25-21) 승리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기여한 것. 김명관은 선발 세터로 나서 자신의 강점인 피지컬을 확실히 살리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홍동선은 4세트에 교체 투입 돼 결정적인 오픈 공격 두 차례와 연속 서브로 승기를 굳히는 역할을 수행했다. 나란히 1라운드 1순위의 잠재력을 드러낸 경기였다.
경기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의 표정은 차분한 듯 밝았다. 김명관은 “감독님이 어떻게 나를 기용하든 믿음에 보답하고자 잘 준비해왔다. 선발 출전을 한다는 건 경기장에 와서 알게 됐다.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고, 홍동선은 “팬 분들이 엄청 많이 와주셔서, 조금만 세리머니를 해도 마치 경기장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응해주셨다. 그걸 보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고 말하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홍동선은 이날 4세트에 결정적인 두 차례의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현대캐피탈 쪽으로 승기를 가져왔다. 득점 이후에는 코트를 마음껏 활보하며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홍동선이 시즌 도중 자신의 세리머니를 지적한 몇몇 팬들의 메시지에 위축되기도 했다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다. 홍동선은 “SNS 등으로 질타를 좀 많이 받았었다. 우승으로 떳떳하게 이겨내고 싶다. 감독님께서는 그냥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셔서, 세리머니를 했다”고 씩씩하게 이야기했다.
그런가하면 김명관은 리시브나 디그가 너무 낮은 쪽으로 올라와서 거의 쪼그려 앉아 토스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2차전부터 계속 맞닥뜨렸다. 그러나 김명관은 그런 공들도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결을 묻자 김명관은 “감독님과 많이 연습한 부분이다. 힘을 빼고, 공격수들과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데 집중한다. 배운 대로 잘 한 것 같다”고 옅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두 선수는 이제 정규시즌 1위 팀 대한항공을 상대해야 한다. 김명관은 한국 최고의 세터인 한선수와 맞서야 하고, 홍동선은 강서버가 즐비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리시브를 버텨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두 선수는 당찼다. 김명관은 “(한선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하는 세터다. 보고 배울 건 배우고, 뺏어올 수 있는 건 뺏어오겠다. 내가 신장은 더 크다. 내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맞붙어보겠다”고 힘줘 말했고, 홍동선은 “확실히 서브가 좋은 팀이다. 리시브가 안 됐을 때도 팀적 연결을 통해 불안감을 줄이고, 시간이 있을 때 리시브를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과연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이 두 1라운드 1순위 선수들의 잠재력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된 걸까. 30일 계양체육관에서 두 선수가 보여줄 다음 스텝이 기대된다.
사진_천안/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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