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적 한계’ 피할 수 없어 즐겼다, 그렇게 한국도로공사는 정상에 섰다 [CH5]
- 여자프로배구 / 김하림 기자 / 2023-04-07 12:00:47
‘피할 수 없음 즐겨라.’ 한국도로공사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 정규리그에서 3위로 마무리하며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섰다. 현대건설을 상대로 시리즈 2승을 챙기며 챔프전에 올라섰고, 모두가 체력을 걱정했다.
다른 팀에 비해 베테랑이 많아 선수들의 컨디션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챔프전에 바로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체력 더 많이 비축한 흥국생명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랬다. 1, 2차전에 한국도로공사는 감기까지 겹치면서 저조한 컨디션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결국 연달아 내주고 말았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따낸 팀이 100% 확률로 우승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0%의 확률을 손에 쥔 채 김천에 내려갔다. 안방에서만큼은 상대에게 축포를 터트리게 만들지 않았다. 김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3, 4차전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내리 따냈다. 특히 4차전 4세트 때 보여준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의 활약은 인천행을 확정 짓는 승부처로 작용했다.
그렇게 6일 만에 다시 돌아온 인천. 도로공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지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부터 챔프 4차전까지 무려 6번의 경기를 13일 동안 격일로 치르며 강행군을 소화했다.
체력적 부침은 코트 안에서도 드러났다. 선수들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공격 이후엔 코트에 넘어지는 장면이 속출했다. 애석하게 시리즈는 5차전의 5세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버텼다. 걸음이 느려지고 점프를 뛰는 높이가 낮아졌지만, 넘어지더라도 재빨리 일어나고 한 번 더 도약하면서 득점을 만들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눈빛은 달랐다.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코트 안을 밝혔다.
피할 수 없어 즐긴 한국도로공사,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리그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열세를 드러냈던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챔피언십포인트를 따내며 축포를 터트렸다.
챔프전 MVP를 수상한 캣벨은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매 경기 20점이 넘는 득점을 올리며 쉴 새 없이 뛰었다. 박정아와 배유나도 합심해서 두 자릿 수 득점을 쌓았고, 문정원과 임명옥은 리시브 라인에서 공을 올리고 또 올렸다.
정대영도 묵묵히 중앙의 한 자리를 지켰고, 이윤정도 끊임없이 공격수들에게 공을 전달하면서 가장 많이 공을 만졌다. 이 밖에도 도로공사의 모든 선수들이 축제를 즐겼다.
그렇게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고 0%의 기적을 만들었다. 15일 동안 7번의 경기를 치른 한국도로공사였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틴 도로공사는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V-리그 최초로 리버스 스윕 우승을 거둔 도로공사의 이야기는 기억뿐만 아니라 기록에도 남으며 2022-2023 V-리그의 정상에 자리했다.
사진_인천/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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