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에 숨겨진 임동혁의 마음고생 그리고 다짐 “건재함 보여주고 싶었다”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1-04-02 01:33:17
[더스파이크=안산/서영욱 기자]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임동혁, 그 이면에는 나름의 고충과 각오가 녹아있었다.
대한항공 임동혁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오랜만에 존재감을 확실히 뽐냈다. 요스바니가 휴식을 취하면서 선발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임동혁은 1세트부터 맹위를 떨쳤다. 1세트에만 블로킹 3개 포함 8점을 기록하며 정지석 외에 백업 선수 위주로 나섰음에도 대한항공이 1세트를 가져오는 데 앞장섰다. 2세트에도 서브 에이스 2개, 블로킹 1개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팀에 기여했다. 2세트까지 16점을 기록하며 2월 20일 우리카드전(23점) 이후 오랜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채웠다.
2세트까지 이미 블로킹 3개, 후위 공격 득점 3개 이상을 채우고 트리플크라운까지 서브 에이스 1개만 남겨둔 임동혁은 3세트 17-22를 만드는 서브 에이스를 추가하면서 데뷔 후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4세트에도 7점을 추가하는 등 임동혁은 이날 총 26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을 펼쳤고 대한항공은 OK금융그룹에 3-1로 승리했다.
경기 후 트리플크라운 달성 소감에 대해 “너무 좋다”라고 짧게 밝힌 임동혁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기쁨보다도 오늘 경기를 앞두고 느낀 여러 감정을 돌아봤다. 경기 중 즐겁게 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고 밝힌 임동혁은 “개인적으로는 아직 건재하다는 걸 시청자들,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돼서 너무 좋다”라고 돌아봤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2020-2021시즌 임동혁은 비예나가 이탈해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동안 훌륭하게 공백을 메웠다. 3~4라운드에 걸쳐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면서 대한항공이 꾸준히 선두 경쟁을 펼치는 데 앞장섰다. 요스바니가 합류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역할이 줄었고 이내 주전 아포짓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외국인 선수 합류로 입지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러면서 심적으로 위축되기도 했다. 임동혁은 “많이 나오지 못하니 혼자서 많이 움츠러들었다. 계속 경기에 못 나오는 중이었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경기에 나서서 잘 되다가 요스바니가 오고 잘해주면서 밀려났다. 그러면서 혼자 많이 위축됐다”라며 “형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제 덕분에 정규리그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스스로도 자존감을 높이려고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트리플크라운을 위해 욕심도 내봤다. “오늘은 욕심내보겠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범실을 해도 트리플크라운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라고 말한 임동혁은 “형들도 범실해도 되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나오라더라. 모든 선수가 하나 남았다고 했을 때 의식이 됐다. 서브 하나 남기고 범실이 나오길래 오늘 안 되겠다 싶었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라고 트리플크라운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임동혁은 신인이던 2017-2018시즌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했다. 올 시즌 다시 한번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그때와 입지는 확실히 다르다. 당시에는 신인이었고 경기 출전도 얼마 없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미 거의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고 언제든 요스바니를 대신해 들어가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임동혁 역시 당시와 이번은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때는 솔직히 경기에 많이 못 들어갔고 팀에서 비중도 별로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팀에서 제게 원하는 게 있고 나도 들어가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챔프전은 단기전이다. 지석이 형 말처럼 매 경기 미친 선수가 나와야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다. 어느 자리든 들어가서 챔프전에는 일 한번 내보고 싶다.”
한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해 받은 상금 100만 원은 구단과 어머니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임동혁은 “우선 팀과 구단 사진을 찍어주는 분들에게 커피를 사드리려 한다. 나머지는 어머니께 드릴 예정이다”라며 “응원도 못 오시는데 항상 뒷바라지를 너무 잘해주신다. 집에도 잘 못 가니까 이런 거라도 하면 어머니가 더 좋아하실 것 같다”라고 활용 계획을 언급했다.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약 10일간 시간이 있다. 산틸리 감독은 일찍이 이 기간에도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임동혁은 “저는 젊어서 버틸 수 있는데 (한)선수 형이나 (곽)승석이 형처럼 나이가 좀 있는 형들이 잘 버텨야 할 것 같다”라고 웃으며 “챔프전까지 남은 10일도 많이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안산/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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