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받아든 숙제, ‘MB 존재감 살리기’

여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3-02-27 06:00:20
  • 카카오톡 보내기

아직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정규시즌이 끝날 때도 흥국생명이 이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바로 미들블로커들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흥국생명의 날개 공격수들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이 28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김미연이 각각 25점, 16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2-3(17-25, 31-29, 25-23, 19-25, 10-15)으로 패했다. 다양한 패인이 있었겠지만, 미들블로커들의 부실한 득점 지원은 주된 패인 중 하나였다. 이날 선발로 나선 미들블로커 듀오 이주아와 김나희는 7점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 듀오 문지윤과 한수지가 15점을 합작한 것과 대비됐다.

블로킹을 먼저 살펴보면 이주아는 이날 총 10개의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냈지만, 블로킹 득점은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주아가 블로킹 득점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4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8경기 만에 블로킹 무득점에 그친 것이다.

 

반대로 김나희는 1개의 블로킹 득점을 올렸지만 유효 블로킹은 4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대가 리그에서 가장 높이가 낮은 팀인 GS칼텍스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블로킹 득점과 유효 블로킹의 개수를 더 늘렸어야 했다.


공격에서도 아쉬움이 남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주아와 김나희는 이날 공격에서 도합 5점을 올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김나희는 공격보다는 2단 연결이나 수비 등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 만큼 많은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리그 최고 수준의 이동공격을 구사하는 선수인 이주아가 5세트 경기에서 공격 4득점‧공격 효율 25%에 그친 것은 뼈아팠다.

원래도 중앙보다는 날개를 향하는 패스에 강점이 있는 이원정이기에, 이주아와 김나희의 공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연경과 옐레나의 공격 점유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비교적 중앙을 잘 살리는 김다솔을 길게 쓰기에는 팀의 주포인 김연경과 옐레나를 제대로 살리기가 어렵고, 사이드 블로킹에 약점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김다솔보다는 이원정에게 긴 시간 경기 조율을 맡겼고, 김연경과 옐레나는 나란히 30%가 넘는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옐레나의 이날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는 것이었다. 옐레나는 잘 풀릴 때와 안 풀릴 때의 경기력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보이는 경기력은 물론 본인의 표정과 액션에도 차이가 컸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옐레나는 가장 승리가 절실했던 5세트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14.29%의 공격 효율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중앙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옐레나가 부진하자 5세트 흥국생명의 공격 루트는 사실상 김연경이 유일했고, 김연경 한 명으로는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강소휘‧권민지가 함께 날아오른 GS칼텍스와 맞설 수 없었다.

흥국생명이 남은 5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들블로커들의 존재감이 더 커져야 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옐레나-김미연이라는 리그 최상급 날개 삼각 편대를 갖춘 팀이다. 미들블로커들의 존재감이 조금만 커져도 상대 블로커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미들블로커들의 분발은 물론 탄탄한 리시브와 이원정의 보다 정교하고 적극적인 중앙 활용도 필요하다.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는 6점. 흥국생명이 한 두 경기만 삐끗해도 금세 좁혀질 차이다. 흥국생명이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기 위해, 나아가 봄배구에서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사진_장충/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