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구한 에너자이저’ 삼성화재 김동영 “신장 한계는 빠른 플레이로”
- 남자프로배구 / 강예진 / 2020-12-18 00:30:46
[더스파이크=대전/강예진 기자] “블로킹 의식 안 하고 빠르게 밀어치려고 했다.”
삼성화재 김동영에게 지난 17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팀 창단 최다 연패의 벼랑 끝에서 팀을 구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경기 직전까지 7연패로 창단 타이였다.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패 중 외인 바르텍이 짐을 쌌다. 기복이 심했고, 승부처 순간 해결사다운 모습이 미미했다. 고희진 감독은 고민 끝에 바르텍와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대체 외인으로 낙점한 마테우스가 오기까지 최소 7경기를 국내 선수들로 버텨야 했다. 바르텍 없이 치른 첫 경기.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KB손해보험에 3-0 완승을 거뒀다. 그 중심엔 단연 토종 아포짓스파이커 김동영이 자리했다.
시작부터 불을 지폈다. 1세트에만 7점을 기록했다. 성공률은 77.78%로 출발이 순조로웠다. 효율은 66.67%. 작은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격력이 막강했다. 김동영은 18점으로 양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은 60.71%로 상당했다.
프로 첫 선발에 수훈 선수까지. 인생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동영은 “국내 선수들끼리 승리했다는 게 값지다. 연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빠졌다. 모두가 더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겠지만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쳤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부담감보다는 긴장감이 컸다. 김동영은 “비시즌 동안 아포짓스파이커로 훈련을 해왔고, 교체로 종종 들어갔기 때문에 그때 기분을 살리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상대 케이타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블로킹에 걸려 주춤할 법 했지만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파이팅 넘치는 패기로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의미가 큰 건 바르텍 몫 그 이상을 해줬다는 것. 클러치 상황 결정력이 떨어지는 바르텍과 달랐다. 김동영은 승부처 순간 해결사로 나서며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김동영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때린다. 블로킹 의식 안 하고 빠르게 밀어치려고 했다”라며 웃었다.
신장이 크지 않다. 188cm지만 살아남기 위해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려 노력 중이다. 김동영은 “신장이 작기 때문에 오픈 공격은 아무리 점프를 해도 한계가 있다. 대신 빠른 플레이로 상대 블로커가 올라오기 전에 때리는 연습을 자주 해왔다”라고 답했다.
쌍포 신장호(11점, 공격 성공률 50%)도 힘을 합쳤다. 김동영과 신장호는 중부대 재학 시절 팀 기둥이었다. 함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대학 때 동고동락한 동기가 함께 프로에서 있음에 힘이 된다는 김동영. 그는 “장호가 생긴 것과 다르게 많이 찡찡된다”라고 웃으며 “코트 안에서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외인이 부진할 때 기회를 얻곤 했다. 원포인트 서버 등 코트에 서는 시간이 짧았다. 고희진 감독도 이런 부분에 대해 “외국인 선수 때문에 못 뛸 때가 많지만 팀이 어려울 때 해주는 선수다. 오늘도 큰 역할 해줘서 고맙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동영은 “비시즌 때 훈련해온 걸 컵대회 때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그동안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보여드린 게 없었다. 그런 나를 과감히 투입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털어놨다.
서브 득점은 1개였지만, 팀 내 시도(16개)가 가장 많았다. 김동영 서브 타임 때 연속 득점을 챙겼다는 의미. 김동영은 “상하형이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대로 하면 잘 들어간다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루틴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 코트를 한 번 보고 다음은 보지 않는다. 내 리듬대로 호흡하고 때리는데 잘 들어간 것 같다”라며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동영은 “외국인 선수가 올 때까지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몸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국내 선수들끼리 있으니 소통을 더 잘된다.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듯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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