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전망대] 연패와 연승 갈림길, 같은 고민 가진 팀의 매치업

남자프로배구 / 박대해 / 2020-11-07 0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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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박대해 기자] 도드람 2020~2021 V-리그 1라운드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남녀부 통틀어 적게는 세 경기, 많게는 여섯 경기까지 치르면서 시즌 초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그에 따라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하고 단점을 파고들려는 전략적인 승부도 더 많이 펼쳐질 것이다.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주말 승리의 기쁨을 안겨줄 팀은 어디일까.

KB손해보험(승점 11, 4승) vs 현대캐피탈(승점 7, 3승 2패) 11월 7일 14:00 의정부체육관

케이타 vs 다우디

시즌 초반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든 선수는 단연 KB손해보험 케이타이다. 케이타는 압도적인 공격력과 더불어 팀 분위기를 띄우는 화려한 세레머니까지 보여주며 최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KB손해보험을 단숨에 순위표 맨 위로 올려놓았다. 구체적인 기록들은 가히 경이적이다. 59.82%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면서도 공격 성공률 57.53%를 기록해 득점 1위, 공격 종합 2위, 서브 2위, 오픈 공격 1위 등 개인 순위에서도 여러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뛰고 있는 다우디 역시 현대캐피탈 공격을 책임지는 주요 선수이다. 공격 점유율 44.14%에 공격 성공률 53.06%를 기록 중이며 득점 4위, 공격 종합 6위에 올랐다. 다우디가 현대캐피탈 공격 선봉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최태웅 감독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배구는 미들블로커 포함 공격수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는 빠른 배구이다. 따라서 다우디의 공격 점유율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는 것은 최태웅 감독의 고민거리일 수 있다. 실제로 최태웅 감독은 4일 대한항공전 이후 이에 관한 고민을 언급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KB손해보험도 당연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한 시즌 내내 팀 공격의 반 이상을 책임지며 지금과 같은 효율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다른 공격 옵션들이 공격을 어느 정도 분담해준다면 케이타도 더 편하게 공격할 수 있다.

케이타가 이끄는 KB손해보험은 전승을 달리고 있고, 다우디가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다소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두 팀인 만큼, 경기 결과 역시 외국인 선수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료들이 케이타와 다우디를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흥국생명(승점 11, 4승) vs IBK기업은행(승점 7, 2승 1패) 11월 7일 16:00 인천 계양체육관

분위기 좋은 두 팀이 만나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초반 분위기가 좋다. 흥국생명의 지금과 같은 모습은 많은 이가 예상한 것이었다. 대다수 배구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았으며, 팬들도 흥국생명의 압도적인 스쿼드를 ‘흥벤져스’로 부르며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에 반해 IBK기업은행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1순위로 지명된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의 기량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난 시즌 워낙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IBK기업은행이었기에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시즌이 시작되자 지난 시즌과 비교해 나아진 경기력을 시즌 초반 보여주고 있다.

라자레바는 공격 점유율 43.69%에 공격 성공률 43.6%를 기록해 드래프트 당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수지 매끄러운 호흡도 빛났다. 올 시즌 주전으로 낙점된 육서영 역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신연경은 세트당 6.54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결국 라자레바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 팀 공격에서 워낙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라자레바이기 때문에 라자레바가 부진하면 흥국생명 삼각편대 화력에 맞서기 어렵다. 경기 도중 라자레바 플레이가 주춤할 때 대신 풀어줄 동료들의 힘도 필요하다.


대한항공(승점 9, 3승 2패) vs 한국전력 (승점 2, 5패) 11월 8일 14:00 인천 계양체육관

길어지는 부진, 한국전력 연패 탈출은 가능할까

한국전력의 시즌 초반이 험난하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아포짓 스파이커인 박철우를 FA로 영입했고 수비에 강점이 있는 윙스파이커 이시몬 역시 팀에 새롭게 합류했다. 한국전력은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개막 전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사람들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데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한국전력은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5연패를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는 러셀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반대쪽에 박철우가 있지만 V-리그 특성상 외국인 선수 활약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직전 우리카드전에는 박철우도 좋지 않았고 여기에 주전 세터 김명관도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다가온다.

대한항공 역시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예상에는 다소 못 미치는 아쉬운 시즌 출발을 맞이했다. 한국전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비예나의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MVP 후보에까지 올랐던 비예나의 부진은 대한항공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이다. 다만, 이러한 부진은 코로나19로 인해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나오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직전 현대캐피탈전에서 57.1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인 만큼, 대한항공은 비예나 부활에 기대를 건다.

한국전력은 박철우,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곽승석이라는 걸출한 날개 공격수 자원을 보유한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그 마지막 퍼즐을 맞춰 주어야만 쌍포와 삼각편대를 완성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대한항공의 블로킹이다. 대한항공은 세트당 2.9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현재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실제로 산틸리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조직적인 블로킹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주 언급했다.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의 촘촘한 벽을 뚫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KGC인삼공사(승점 3, 1승 3패) vs 현대건설(승점 5, 2승 2패) 11월 8일 16:00 대전 충무체육관

윙스파이커 분발이 필요하다

현대건설 주전 윙스파이커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황민경은 지금까지 15세트를 소화하면서 13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36.9%였던 공격 성공률이 12.86%까지 떨어졌다. 고예림 역시 16세트에서 31득점, 공격 성공률 28.72%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윙스파이커들의 심각한 부진은 팀에 치명적이다. 현대건설이 리그 최고 수준의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나, 윙스파이커들이 제 역할을 못 해주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의 저조한 공격 성공률은 세터와의 불완전한 호흡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새로운 세터와 실전에서 손발을 완벽하게 맞추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시즌이 진행될수록 두 선수의 공격 성공률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

KGC인삼공사의 윙스파이커 한 자리를 둔 고민은 오랜 기간 계속됐고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초반 몇 경기에는 고의정이 주전으로 기용되었지만, 리시브에서 크게 흔들리며 직전 경기에서는 지민경이 주전으로 출전했다. 지민경은 공격 성공률 31.03%, 리시브 효율 40.91%를 기록하며 활약했고, 이영택 감독 역시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지민경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민경이 좀 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직전 경기에서의 활약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하고 기복 있는 경기력이 나온다면 이영택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디우프는 작년부터 한국에서 맹활약하며 이미 실력에 대한 검증을 마친 선수이다. 루소 역시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기본기가 뛰어나고 팀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은 초반 활약 중인 가운데 윙스파이커들이 공격에서 기여도가 떨어진다면 두 외국인 선수에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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