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기에 후회는 없다” 아가메즈가 돌아본 한국에서의 네 번째 시즌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4-13 09: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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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메즈가 들려준 지난 시즌 이야기에는 두 가지의 감정이 늘 공존했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즐겁게 시즌을 치렀다는 후련함이었다.

우리카드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를 레오 안드리치와 함께 출발했다. 2021-2022 시즌 막바지에 팀에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안드리치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그러나 안드리치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부터 전력에서 이탈했고, 신영철 감독은 빠르게 승부수를 띄웠다. 과거 V-리그에서 세 시즌을 소화하며 위력을 떨쳤던 리버만 아가메즈(등록명 아가메즈)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것.

적지 않은 나이의 아가메즈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나이가 무색한 활약으로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며 팀의 봄배구 진출에 기여했다. 비록 우리카드의 봄배구는 한 경기 만에 막을 내렸지만, 아가메즈의 활약은 충분히 팬들의 가슴 속에 남을 만 했다.

4월 15일 비행기로 한국을 떠나는 아가메즈, 출국 전에 그와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네 번째 시즌을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가메즈는 “한국에서의 네 번째 시즌은 정말 좋았다. 그 전보다 모든 면에서 강해진 V-리그를 보았으며, 특히 국내 선수들이 계속 더 나아졌다. 처음엔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내 나이에 대한 의심도 있었지만, 스스로 많은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그저 늘 모든 경기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결과는 아쉽지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전체를 복기했다.

“한국 선수들이 매우 성장해 있었다. 시즌 자체는 어려웠지만 한국 배구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배구와 V-리그를 칭찬한 아가메즈는 “항상 젊은 선수들의 모든 것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다. 진심으로 선수들을 돕고, 경기나 훈련 중 실수를 해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려고 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지한이, (이)상현이, (정)성규 등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과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우리카드의 젊은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아가메즈는 시즌 도중 합류해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우리카드는 한국전력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짧은 봄배구를 마쳐야만 했다. 아가메즈 개인적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던 시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팀에서 굉장히 즐거웠다. 이 팀과 함께라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전력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나고 매우 힘들었다. 거의 2주 가까이 많이 울었다. 지금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 결과가 조금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 모든 구성원이 즐겁게 지냈기에 전혀 후회 없다”며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음을 강조했다.

아가메즈는 다시 만난 신영철 감독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신영철 감독님과는 정말 좋은 관계였다. 감독님과 같이 일하는 걸 즐겼다. 같이 농담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 이런 관계가 지도자와 선수 간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선수들과 대화하지 않고 화만 내게 된다면 팀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영철 감독님과는 함께 재밌게 지냈으며 내가 같이 생활한 감독님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울 것이고, 앞으로도 감독님께 행운을 빈다고 전하고 싶다”며 신영철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즌 내내 아가메즈의 아내와 아이들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아가메즈와 우리카드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아가메즈는 “나에게 가족은 모든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나에게 굉장한 큰 사랑이다. 아내는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 한국은 안전하고, 모두가 친절하며 아이들의 교육 수준도 높아서 아내 또한 편하게 적응했다”며 가족과 함께 했던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했다.

12일 공개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최종 명단에는 아가메즈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아가메즈는 “V-리그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채로 한국을 떠날 순 없다. 이번 시즌은 정말 슬펐다. 한 번 더 도전할 것이다. 물론 선택을 받아야 되겠지만, 나는 어떠한 팀이든 우승을 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며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도움을 줄 것을 자신한다”며 V-리그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일단은 그리스로 가서 셋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릴 것이고, 다음 시즌을 위해 몸 상태를 끌어올릴 준비를 할 예정이다. 대표팀에 갈 계획도 있다. 바쁜 4-5주를 보낸 뒤,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할 것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힌 아가메즈는 마지막으로 우리카드와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카드 팬들과, 또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에 다시 오게 되면 더 즐겁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모든 팬들, 그리고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을 가슴 속에 담고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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