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야, 언젠가 기회가 온다” 최민호의 진심어린 조언은 김선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4-03-13 06:00:51
  • 카카오톡 보내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생에게 든든한 형 최민호가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선호는 그 말에 힘을 얻고 다시 최선을 다했다.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많은 것들이 걸린 일전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봄배구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승점을 얻어야 했고, 우리카드는 승리를 거두는 순간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목표를 달성한 쪽은 현대캐피탈이었다.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17-25, 25-20, 25-18, 25-17)로 꺾고 천금 같은 승점 3점을 챙겼다. 1점이나 2점이 아닌 3점을 얻은 덕에, OK금융그룹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승점 2점만 챙겨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 중심에는 최민호와 김선호가 있었다. 최민호는 81.82%의 공격 성공률로 블로킹 4개‧서브 득점 1개 포함 14점을 터뜨렸고, 김선호는 등 부상으로 결장한 전광인의 빈자리를 메우며 12점을 올렸다.

두 선수는 승리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다소 지친 기색도 느껴졌지만, 안도감과 기쁨도 함께 전해지는 모습이었다. 최민호는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승점 3점을 얻어 기쁘다. 봄배구에 갈 수 있는 확률을 끌어올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노력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고, 김선호는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라 긴장도 됐는데, 뒤에서 형들이 잘 이끌어준 덕분에 긴장이 풀렸다. 꼭 이기고 싶었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승리에만 집중했다”는 소감을 이어서 전했다.

경기 전날 전광인이 훈련 도중 등 부상을 당하면서, 김선호는 다소 갑작스럽게 선발 출전을 하게 됐다. “경기장으로 출발하려는데, 감독대행님이 선발 소식을 알려주셨다. 듣자마자 긴장이 됐다”고 소식을 들은 당시를 돌아본 김선호는 “막상 코트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냥 좋았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간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김선호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살린 데는 형들의 조언이 컸다. 그리고 그 형들 중에는 최민호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경기에 많이 못 나가다 보니 심적으로 좀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마다 주변에서 (최)민호 형을 포함한 고참 형들이 ‘언젠간 기회가 오니까 항상 준비를 잘하라’고 말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믿고, 언젠가 찾아올 기회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그간의 시간을 돌아봤다. 


최민호는 자신이 조언한 대로 노력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그 기회를 잘 살린 후배 김선호를 대견하게 바라봤다. 그는 “(김)선호는 할 수 있는 자신의 플레이를 다 보여준 것 같다. 리시브는 특히 두말할 필요 없었다. 선호 덕분에 (박)경민이도 더 편안하게 경기를 치른 것 같다. 기특하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잘 버텨줬다”며 김선호를 칭찬했다.

이후 최민호와도 이날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민호는 먼저 김명관과의 속공 호흡을 잘 맞춘 부분에 대해 “(김)명관이와는 몇 년째 함께 해왔기 때문에 나름의 믿음이 있다. 명관이는 경기가 잘 풀릴 때 나를 믿고 많은 볼을 올리는데, 오늘(12일)은 흐름도 좋아서 나도 계속 달라고 했다.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4세트에는 김선호와 김명관, 최민호가 멋진 호흡을 합작하기도 했다. 2-0에서 김선호가 온몸을 던져 살린 공을 김명관이 간신히 연결했고, 최민호가 상대의 6번 자리 끄트머리에 생긴 빈 공간을 연타로 노련하게 공략해 마무리를 지었다. 최민호는 “이런 득점은 득점한 선수보다도 그 앞의 과정들을 만든 선수들이 더 주목받아야 하는 것 같다. 선호와 명관이 덕분에 낸 점수였고, 그 점수로 팀의 사기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며 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얻은 소중한 승점 3점으로 인해, 현대캐피탈은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15일에 천안에서 치러질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멀어만 보였던 봄배구는 현실이 된다. 최후의 결전을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치를 수 있다는 점은 큰 이득이다.

최민호와 김선호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최민호는 “우리 팀의 팬 분들은 언제나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다. 그 힘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금요일에 치러질 경기에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신다면, 선수들도 끝까지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 잘 해보겠다”며 전의를 다졌고, 김선호는 “여러 원정 경기를 가 봐도 우리 홈경기만큼 열광적인 응원은 못 들어본 것 같다. 마지막 경기가 홈경기라서 정말 든든하다.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며 팬들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을 표현했다.

베테랑 선배의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슬럼프에 빠진 후배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중요한 승리를 일궈냈다. 최민호와 김선호가 금요일에도 천안의 홈 팬들을 열광케 하는 활약을 펼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성사시킬지 주목된다.


사진_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