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블록이요? 열 받아서 떴습니다” 양효진의 불타는 승부욕이 만든 5세트의 결정적 한 방

여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4-01-10 22: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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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트 14-14에서 양효진이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그 한 방의 원동력은 승부욕이었다.

현대건설이 10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2(30-28, 21-25, 25-16, 17-25, 19-17)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그야말로 대혼전이었다. 1세트부터 30점을 찍는 장기전이 벌어졌고, 이후에도 양 팀이 각자의 크고 작은 기복에 시달리면서 예측을 불허하는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현대건설이었다. 끝장의 끝장 승부였던 5세트 듀스 접전에서 집중력이 한 발 앞섰다.

양효진은 단연 극적인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블로킹 4개를 포함해 무려 25점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범실도 4개에 불과했고, 공격 성공률은 52.5%였다. 특히 모든 것이 걸린 5세트에 71.43%의 공격 성공률로 블로킹 2개 포함 7점을 올리며 엄청난 코트 장악력을 선보였다.

힘든 경기를 마친 뒤 양효진은 인터뷰실을 찾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값진 승리를 거뒀기에 표정은 밝았다. 양효진은 “풀세트를 간 데다 랠리도 길게 이어진 경기였다. 정말 정신없이 배구를 한 것 같다. GS칼텍스의 기세가 좋아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는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중반부 흐름이 가장 좋지 않았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는 물론 강소휘‧유서연‧권민지 등의 국내 공격수들에게도 득점을 헌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양효진 역시 “실바 쪽도 뚫렸고, 상대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비집고 들어오는 공격도 좋았다”며 중반부의 불안했던 흐름을 언급했다.

덧붙여 양효진은 “우리가 앞선 대결에서 경기를 잘 치렀기 때문에 상대가 분명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고, 긴장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이번 경기처럼 상대가 변화를 주면, 우리는 또 어떻게 변화해서 그걸 받아칠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러야 하는 것 같다”며 이날 경기에서 얻은 교훈을 들려주기도 했다.

경기의 흐름은 오락가락했지만, 그 속에서도 현대건설 선수들의 끈끈함은 변함없었다. 양효진 역시 이를 짚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길 수 있겠다’ 싶다가, 경기가 5세트를 조금씩 향할 때 ‘큰일 났다’ 싶었다(웃음).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함께 최선을 다해 각자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이 경기 도중에도 느껴졌다. 나도 경기 도중에 몰입도가 강했던 것 같다”며 동료들 간의 신뢰가 경기 내내 느껴졌음을 전했다.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던 5세트, 양효진은 극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14-14에서 오세연의 오픈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뜬 블록인지 묻는 질문에 양효진은 “사실 그 전 공격으로 점수를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열 받았다(웃음). 그래서 ‘어떻게든 저 공격은 잡아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록을 떴다. 어떻게든 덮어 씌워버리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승부욕이 결정적 한 방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멋진 활약을 펼친 양효진은 기분 좋은 이야기들에 대한 솔직한 반응도 드러냈다. 먼저 공격득점 5500점을 최초로 돌파한 것에 대해 양효진은 “감사하다. 1500블로킹도 달성했는데, 최초의 기록을 계속 쌓아가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역대통산 득점 10000점도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예? 왜 이러세요”라며 너스레를 떤 양효진은 “이제는 득점 기록 같은 것들보다도 우승을 꼭 이루고 싶은 마음”이라며 우승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양효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신영석이 자신에 대해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코멘트를 남긴 것에 대해서는 “그런 멘트 되게 잘해주시는 것 같다(웃음). 저도 신영석 선수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폼도 멋지고, 중앙에서 장악력을 갖춘 선수다.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화답했다.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보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자 선수들처럼 할 수는 없지만,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나면 내 동작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면서 플레이하게 되는 것 같다. 도움이 된다”는 대답을 들려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양효진에게 흥국생명과의 선두 경쟁,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맞대결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양효진은 “오히려 힘을 좀 빼야할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 1위를 확정짓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움직임이 오히려 매끄럽지 못할 것이다. 열정은 갖되 욕심은 버려야 한다. 하나의 공, 하나의 경기만 보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차분하게 경쟁에 임할 것임을 전했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되는 V-리그의 레전드 미들블로커지만, 양효진은 여전히 승부욕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냉철함과 차분함은 잃지 않고 있었다. 최고가 최고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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