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에서 26살이 된 삼성화재, 거꾸로 흘러간 시간 속에서 찾은 가능성과 불안함
- 남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4-02-01 06:00:00
경기가 시작할 때 29살이었던 삼성화재가 한 때 26살까지 어려졌다. 그 속에는 가능성도, 불안함도 있었다.
V-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기용은 다양한 이유로 이뤄진다. 시즌 내내 우리카드의 지휘관으로 나서고 있는 한태준의 사례처럼 선수의 재능과 감독의 판단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베테랑 선수들이 너무 심하게 부진하거나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김상우 감독이 가져간 선수 구성의 점진적 변화는 안타깝게도 후자의 사례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나선 젊은 선수는 김우진이었다. 선발로 나선 신장호가 경기 초반부터 리시브 불안에 시달렸고, 이에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빠르게 김우진을 교체 투입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3세트 후반에 결정적인 연속 실점이 나오며 분위기가 우리카드 쪽으로 넘어가자 김 감독은 노재욱을 빼고 이재현을 대신 투입했다. 흐름이 완전히 넘어가버린 4세트 중반에는 자르갈척트 엥흐에르덴(등록명 에디)과 김우진을 빼고 신인 이윤수와 양수현을 동시에 투입하는 강수까지 뒀다. 모두 기존 선수의 부진 또는 가라앉은 분위기로 인해 이뤄진, 상황에 이끌려버린 기용이었다. 결국 경기의 결과는 패배였다. 삼성화재는 1세트를 먼저 따고도 2-4세트를 내리 패하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27-25, 22-25, 22-25, 14-25).
경기를 시작할 때 삼성화재의 선발 라인업 평균 연령은 만 28.86세로 거의 29세에 가까웠다(요스바니 에르난데스 33세, 노재욱 32세, 신장호 28세, 김정호 27세, 이상욱 29세, 에디 25세, 전진선 28세). 그러나 4세트 한 때 삼성화재의 코트 위 평균 연령은 26세까지 떨어졌다(요스바니 33세, 이재현 22세, 이윤수 21세, 김정호 27세, 이상욱 29세, 양수현 22세, 전진선 28세). 거의 세 살이 어려진 것.
코트 위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동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있었다. 28세 신장호 대신 코트에 나선 24세 김우진은 날카로운 서브와 화끈한 공격력으로 1세트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4-25에서 김지한의 서브에 자신의 리시브가 흔들린 것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과감한 스윙으로 결자해지하는 장면은 이날 김우진의 하이라이트였다.
부상으로 고생하며 4라운드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1라운드 1순위 이윤수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4세트 중반에 코트를 밟은 뒤 준수한 공격력을 선보였고, 득점을 올린 뒤에는 신인답게 넘치는 파이팅을 발산하기도 했다. 나란히 서게 된 로테이션 덕분에 이재현-양수현까지 신인 선수 세 명이 전위에서 동시에 블로킹을 준비하는, 삼성화재의 팬이라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도 나왔다.
물론 불안한 부분들도 아직 많다. 김우진은 날개에서의 높이에 약점이 있다. 김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블로킹 빼고는 나름 잘했다”며 블로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윤수는 아직 실전 경험을 한참 더 쌓아야 하는 선수고, 경기의 패배가 확정되는 공격 범실을 저지른 부분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둘과 함께 팀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이재현 역시 패스워크에서는 아직 손봐야 할 부분들이 많은 선수다.
젊은 선수들이 뛴 경기라고 해서 패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삼성화재처럼 봄배구 경쟁에 혈안이 된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는 경기에서도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날 삼성화재는 승점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역행하면서 다음 경기와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무언가를 패배가 아닌 승리와 함께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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