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마에서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준 대한항공의 세 명의 선수들 [현장 리뷰]
- 국제대회 / 마나마/김희수 / 2023-05-22 22:30:57
최종 7위라는 성적으로도, 상대 팀 선수의 자존심 상하는 멘트로도 가릴 수 없는 분명한 수확이 있었다. 바로 선수들의 성장과 재조명이었다.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이 현지 시간 21일 막을 내렸다. 16개의 참가팀은 21일 경기의 결과를 통해 이번 대회의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승의 영예는 산토리 선버즈(일본)의 차지였다. 결승에서 자카르타 바양카라(인도네시아)를 세트스코어 3-1(28-26, 25-23, 23-25, 25-17)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7~8위 결정전에서 바양홍고르(몽골)를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8)으로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 대한항공은 최종 7위를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강조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드러낸 세 명의 선수들이 있다. <더스파이크>가 다섯 선수들의 활약상을 돌아봤다.
① 임동혁(OP)
임동혁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한항공의 선수 명단에서 유일한 아포짓이었다. 자신과 함께 뛰던 아포짓 링컨 윌리엄스가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임동혁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링컨의 도움 없이 임동혁 혼자서 빡빡한 대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임동혁은 지옥의 연전 일정 속에서도 꿋꿋이 제몫을 했다.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주포 역할을 수행했고, 매 경기 고른 활약을 펼치며 링컨 없이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사베르 카제미(이란, 쿠웨이트 스포르팅 클럽),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 산토리 선버즈), 매튜 오브리(호주, 캔버라 히트) 등 상대 팀 아포짓들과의 맞대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친 임동혁이었다. 다만 상대 블로커에게 코스가 읽혔을 때의 유연한 대처 능력은 조금 더 발전이 필요해보이기도 했다.
② 진지위(MB)
진지위는 2021년 2월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은 뒤로 긴 재활 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는 복귀 이후에도 이전보다 떨어진 실전 감각과 기량, 두터운 대한항공의 미들블로커 선수층 등의 이유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22-2023시즌 2경기·8세트 출전에 그쳤다.
김규민이 로스터에서 제외된 이번 대회에서 그는 김민재와 함께 대회 내내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모처럼 마음껏 코트 위를 활보했다. 전체적인 경기력도 준수했다. 특히 바양홍고르와의 상위 라운드 E조 경기에서는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후배 바야르사이한(인하대 졸업예정/OK금융그룹)에게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서브에서 기복이 심했던 것은 아쉬웠다. 잘 들어가는 서브는 위협적이었지만, 범실이 너무 잦았던 탓에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다가오는 V-리그에서도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③ 이준(OH)
부동의 주전 정지석과 곽승석이 버티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젊은 아웃사이드 히터가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시즌 곽승석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두각을 드러내며 단숨에 준주전급으로 성장한 정한용이 특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몇몇 팬들은 지난 시즌 1월 14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4세트부터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이준의 활약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이준이 보여줄 활약을 기대했다.
기회를 얻은 이준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185cm의 작은 신장이지만 탄력과 스피드를 활용한 퀵오픈으로 상대 코트에 공을 심어버렸다. 리시브에서도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약점도 뚜렷했다. 신체 조건의 한계로 인해 도움닫기가 없이는 유의미한 블로킹을 하기 어려운 탓에, 이준은 사이드 블록을 뜰 때 사실상 직선 코스를 열어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무셜스키나 카제미의 공략 지점이 됐다. 이제는 이러한 약점을 감수하고도 자신을 써야 할 이유를 다른 부분에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선수들은 이번 대회 내내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으며 발전을 위한 양분을 얻었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이제 이들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과연 다음 시즌 이들이 보여줄 활약은 어떨까.
사진_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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