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이 몸 풀 때 지켜봤더니…” 후인정 감독의 관찰력과 결단력, 승리를 일구다 [벤치명암]
-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김희수 / 2024-01-09 21:53:04
후인정 감독의 꼼꼼한 관찰력과 과감한 결단력이 팀 승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KB손해보험이 9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14, 29-27, 14-25, 25-22)로 꺾고 연패에서 벗어났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63.64%의 공격 성공률로 30점을 퍼부으며 연패 탈출의 선봉장으로 나섰고, 홍상혁도 13점을 보탰다. 한국민과 김홍정은 중앙에서 14점을 합작하며 좌우 쌍포의 뒤를 받쳤다.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 KB손해보험은 3라운드에 이어 또 한 번 대한항공을 울렸다.
“약속했던 대로 선수들이 플레이를 잘해줬다. 그 덕에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서브 공략이 효과적이었던 것도 주효했다”고 경기 내용을 돌아본 후인정 감독은 먼저 홍상혁의 경기 내용에 대해 “잘해줬다. 다만 조금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경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 후반부에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부분이 아쉬웠다. 나가는 서브를 받는 실수 같은 부분들이 집중력 저하로 인해 나온 것이다. 집중력만 유지해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잘해줄 선수”라는 복합적인 평가를 들려줬다.
이후 후 감독은 이날의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려줬다. 이날 KB손해보험은 임동혁을 상대로 한 명의 블로커만을 붙이는 대신 대각 쪽의 수비를 철저히 준비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했고, 이는 꽤 효과를 봤다. 후 감독은 “사실 임동혁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블록을 몇 명이 뜨든 우리 팀의 높이로는 막기 어렵다. 그런데 연습 때 지켜보니 몸 상태나 타이밍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서, 직선 코스만 원 블록으로 잡고 대각은 수비로 잡자는 전략을 짰는데 잘 통한 것 같다”며 이 전략이 경기 시작 직전에 정해진 것임을 밝혔다.
KB손해보험의 4라운드 남은 상대는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이다. 공교롭게도 이미 이전에 꺾어본 적이 있는 상대들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물론 남은 경기들을 다 이기고 싶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은 두 경기도 열심히 준비해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인터뷰실을 떠났다.
한편 대한항공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우리카드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임동혁이 60.47%의 공격 성공률로 29점을 퍼부었고, 정한용-정지석도 28점을 합작했지만 대부분의 화력이 날개에만 집중돼 있었다. 선발로 나선 김규민-조재영이 도합 2점을 올리는 데 그친 탓이었다. 그나마 2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김민재가 4점을 올리긴 했지만 승리를 이끌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1세트에는 포지션 폴트까지 나왔을 정도로 이날 대한항공의 코트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수선했다.
패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 KB손해보험에 축하를 건넨다. 수비도 공격도 좋았다. 의정부에서 경기를 하면 우리의 본 게임은 2세트부터 시작되는 느낌일 정도로, 초반 흐름이 항상 불안하다.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기회를 잡은 때도 있었지만 그걸 살리지 못했다. 특히 2세트를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후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내용과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몇 가지 코멘트를 남겼다. 먼저 1세트에 나온 포지션 폴트에 대해서는 “그건 그냥 실수를 한 거다. 따로 할 말이 없다. 앞서 2세트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전했고, 오랜만에 코트 위에서 꽤 긴 시간을 소화한 김민재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높이와 공격력 보강이 필요했기 때문에 투입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는 평가를 남겼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임동혁의 경기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의 이탈 이후 오히려 더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임동혁이다.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아포짓이라는 포지션은 팀을 끌고 가야하는 포지션이다. 임동혁은 그런 부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한 해가 가고 한 시즌이 가면 또 한 번 성장할 것”이라며 임동혁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틸리카이넨 감독은 의정부에서의 경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 이유를 안다면 그것부터 바꿨을 것”이라며 실소를 터뜨린 뒤,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분위기 싸움에서 밀렸겠지만, 최고의 해결책은 그냥 배구를 잘하는 것이다”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기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임을 언급했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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