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듀스에서 번뜩이지 못한 대한항공, 두 번의 패배를 당하다 [현장 리뷰]

국제대회 / 마나마/김희수 / 2023-05-20 21: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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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듀스 접전에서 모두 패한 대한항공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두 세트 모두 번뜩이는 플레이의 부재가 아쉬웠다.

대한항공이 20일(이하 현지 시간) 이사 스포츠 시티에서 펼쳐진 쿠웨이트 스포르팅 클럽(쿠웨이트)과의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클럽 배구선수권 5~6위 결정전 진출전에서 세트스코어 1-3(26-28, 25-22, 32-34, 23-25)으로 패했다. 이 경기 패배로 인해 대한항공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는 당초 예상치 못했던 7~8위 결정전으로 정해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패배의 원인은 명확했다. 쿠웨이트 스포르팅의 에이스 사베르 카제미(이란)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카제미는 날카로운 서브와 예민한 손끝 감각으로 경기 내내 대한항공을 괴롭혔고, 경기 최다인 42점(서브 득점 7개 포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아쉬운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듀스에서의 경기 운영이었다. 이날 경기의 1세트와 3세트는 모두 듀스를 향했다. 듀스 접전이 늘 그렇듯, 승리를 위해서는 번뜩이는 클러치 플레이가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이걸 더 잘한 쪽은 늘 쿠웨이트 스포르팅이었다.

1세트를 먼저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23-23에서 임동혁의 연타 공격으로 24점에 선착하며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카제미가 대각 공격으로 득점을 터뜨리며 듀스 상황이 벌어졌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25-25에서 사이드 블록이 좋은 정지석을 원 포인트 블로커로 투입했다. 그러나 정지석이 네트터치 범실을 저지르며 틸리카이넨 감독의 전술은 무위로 돌아갔고, 코트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결국 먼저 전략적 카드를 꺼내고도 오히려 분위기가 처져버린 대한항공은 26-27에서 임동혁이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1세트를 쿠웨이트 스포르팅에 내줬다.

1세트에 대한항공의 전략적 선택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치명적이었다면, 3세트에는 쿠웨이트 스포르팅의 전략이 먼저 적중했다. 23-24에서 틸리카이넨의 절묘한 비디오 판독 활용으로 듀스가 된 상황, 양 팀의 에이스 임동혁과 카제미가 득점을 주고받으며 26-26이 됐다. 그리고 찾아온 카제미의 서브 차례, 그는 코트 중앙으로 감기면서 떨어지는 기습적인 연타 서브를 넣었고 이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허를 찔린 상황이었다.
 

다행히 다음 서브는 범실이 되면서 듀스 승부는 계속 이어졌지만, 정진혁의 운영이 아쉬움을 남겼다. 양 팀 세터가 모두 임동혁과 카제미에게 점유율을 몰아주면서 정직한 승부가 이어지던 상황, 경기 흐름은 두 에이스 중 누가 먼저 실수하느냐로 굳어져갔다. 이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확했다. 다른 공격 옵션을 기습적으로 섞어서 상대 블로커를 분산시켜야 했다. 그러나 정진혁은 계속해서 임동혁을 바라봤다. 속공에 능한 조재영이 전위에 있을 때도, 손현종 쪽에 상대 블로커가 없을 때도 쉽게 공을 올리지 못했다.

임동혁은 이날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카제미의 컨디션이 최상인 상황에서 에이스들의 정면 승부로 경기가 계속 흘러간 것은 대한항공에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결국 32-31에서 카제미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대한항공은 역전을 당했고, 32-33에서 임동혁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걸리며 3세트를 쿠웨이트 스포르팅에 내줬다.

두 번의 듀스를 모두 패한 대한항공은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4세트마저 쿠웨이트 스포르팅에 내줬다. 두 번의 듀스 중 한 번이라도 빛나는 클러치 플레이가 터졌더라면, 그래서 세트를 가져왔다면 경기의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사진_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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