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강했던 ‘언더독’ 대한항공, 그러나 어긋나버린 마지막 퍼즐 [PS 결산]
-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5-04-09 19:58:30
오랜만에 언더독의 입장이 된 대한항공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퍼즐이 맞지 않았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가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승팀의 빛나는 피날레에는 그들의 호적수가 되며 봄배구를 함께 수놓은 팀들도 함께 했다. 봄배구 여정을 마친 팀들의 이야기를 돌아본다.
대한항공은 지난 네 시즌 동안 늘 정상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그간 정규리그에서 적수가 없는 패왕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고비를 맞았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부상에 신음하며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지 못했고, 국내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돌아가며 자리를 비웠다. 여기에 세터들의 노쇠화와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의 약진까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치른 대한항공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정규리그를 3위라는 익숙하지 않은 순위로 마감했다. 2017-18시즌 이후 7시즌 만에 기록한 3위였다. 게다가 시즌 막바지에는 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까지 뒤숭숭해졌다. 이로 인해 기자단 및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포스트시즌 승부예측 투표에서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이나 현대캐피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지지를 받아야 했다. 순위로도, 팬들의 믿음에서도 언더독의 입장이 된 것이다.
GOOD – 역시나 봄배구 DNA는 존재했다
그러나 언더독 대한항공 역시 탑독 대한항공 못지않게 강력했다.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시리즈 1패를 먼저 당하고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봄배구 DNA는 실존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정지석의 결정적인 사이드 블로킹, 결국 가장 중요한 3차전에서 증명에 성공한 정한용, 시리즈 체인저로 거듭난 유광우까지 모두가 예상치 못한 반등에 성공하며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봄배구 DNA를 함께 체득해오지 않았던 선수들도 팀에 잘 녹아들며 제몫을 해냈다.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는 첫 봄배구임에도 안정적인 활약으로 플레이오프의 숨은 수훈갑 노릇을 했고, 루키 최준혁은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짓는 시리즈 포인트 블로킹을 잡아내며 날아올랐다.
BAD – 마지막 퍼즐 조각은 맞지 않는 조각이었다
실제로 러셀은 정규리그 막바지와 플레이오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점점 기대를 부풀려갔다. 그러나 그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20점대 이후의 처참한 결정력으로 인해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고, 장기인 서브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3차전 4세트 23-24에서 팀의 시리즈 패배를 확정지은 것 역시 원 블록을 상대로도 도망을 가다가 저지른 러셀의 범실이었다. 우승 청부사가 돼야 했던 러셀은 결국 팀의 준우승을 결정짓는 선수가 돼버렸다. 마지막 퍼즐 조각은 맞지 않는 조각이었던 것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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