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추워야 할까요, 목이 추워야 할까요” 아본단자 감독의 절묘한 비유 [벤치명암]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4-01-07 19: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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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을 거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절묘한 비유로 현 상황을 표현했다.

흥국생명이 7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3-25, 27-25, 25-16, 25-22)로 꺾고 시즌 17승째를 거뒀다. 결과는 승점 3점 획득이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세트부터 2세트 중반까지의 경기 내용은 이번 시즌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연경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의 화력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를 흔드는 이주아의 목적타 서브도 힘을 보탰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선두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경기였다.

승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시작이 좋지 않은 경기였다. 휴식일이 부족했던 탓인지 에너지 레벨이 떨어져 있었다. 리시브, 패스, 블록, 서브, 공격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2세트에는 기적(kind of miracle)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 시점에 상대가 실수를 많이 한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하면서 잘 버텼고 에너지를 회복해나간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좋은 활약을 펼친 레이나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는 많이 나아지려고 하고 있다.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해줘야 될 것 같기도 하면서도, 잠재력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그걸 더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배구 외적으로도 좋은 느낌을 가진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고,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임을 언급했다.

레이나가 가장 자신 있게 뛸 수 있는 자리인 아포짓으로 레이나의 포지션을 옮길 수도 있겠냐는 질문에 아본단자 감독은 “그러면 또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에 투입할 선수가 없다. 춥다고 옷을 위로 끌어 올리면 발목이 춥고, 그렇다고 밑으로 내리면 목이 추운 법이다. 어디가 더 추워야 할지는 나중에 정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후 아본단자 감독은 2세트 0-0에서 나온 이원정의 네트터치 상황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주심은 이미 네트터치가 이뤄지기 전 오버네트 콜을 하면서 휘슬을 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이후에 일어난 네트터치 상황을 지적할 수가 있나. 이건 내 27년 경력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황이다. 랠리는 이미 종료됐는데 그 이후의 범실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나? 나의 기준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밝혔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이번에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연패 탈출은 물론 셧아웃 승리까지 노릴 기세로 흥국생명을 몰아붙였지만, 페퍼저축은행의 고질병인 뒷심 부족과 불안 극복 실패가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는 22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흥국생명의 집중 견제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박정아는 19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이 27.45%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패장 조 트린지 감독은 “선수들은 잘 싸웠고 열심히 했지만, 마무리를 짓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며 짧게 경기를 돌아봤다. 8점 차까지 앞서던 2세트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로테이션이 아닌 상황에서 김연경의 서브가 좋았다. 우리가 공을 올릴 수 있는 위치는 뻔했고 흥국생명이 그걸 잘 파악하고 견제했다. 2세트를 우리가 가져오지 못한 순간 우리 쪽 코트의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리베로로는 오지영 대신 채선아와 김해빈이 투 리베로 체제를 갖추며 출격했지만 두 선수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특히 리시브에서의 불안함이 눈에 띄었다. 오지영이 다음 경기에는 다시 나설 것인지 묻는 질문에 트린지 감독은 노 코멘트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트린지 감독은 이날 경기 도중 눈에 공을 맞으며 서채원과 교대돼 코트를 빠져 나간 MJ 필립스(등록명 필립스)에 대해 “눈이 좀 부어 있다. 아마 다음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대신 코트를 밟은 서채원에 대해서는 “잘해준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유효 블록을 잘 만들었다. 지금 어느 상황에서든 공격을 때리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와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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