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벼파야 했던 약점을 놓친 대한항공, 집요함과 기민함을 되찾아야 일어설 수 있다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4-01-01 18:07:10
  • 카카오톡 보내기

대한항공이 부침을 겪고 있다.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회복이 시급하다.

대한항공이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2-3(25-20, 23-25, 22-25, 25-23, 13-15)으로 패했다. OK금융그룹전 셧아웃 패배에 이은 2연패다.

이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은 경기였다. 서로가 100%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선수 교체도 잦았고,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권영민 감독이 항의를 이어가다가 세트 퇴장을 당하는 변수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연히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 팀인 대한항공 쪽의 집중력에 대한 아쉬움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평소라면 집요하게 파고들었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한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이 이날 파고들어야 했던 한국전력의 약점은 한국전력의 리시브가 가장 불안한 로테이션이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권 감독은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의 리시브를 면제시켜줄 것임을 밝혔고 실제로 타이스의 리시브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타이스가 리시브에 가담해야만 하는 자리가 딱 한 자리 있었다. 바로 하승우가 1번 자리에 위치할 때였다.

이때 타이스는 로테이션 상으로 5번에 위치하지만, 실제 위치는 코트 후방의 정중앙을 지키는 6번 쪽에 가까웠다. 다른 선수들의 뒤로 숨기도 어렵고 범위를 좁혀주기도 까다로운 위치였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당연히 타이스가 이 자리에 위치했을 때 적극적으로 목적타 서브를 구사해서 타이스의 리시브를 흔들고 하이 볼 상황을 유도해서 반격 득점을 올려야 했다.

그러나 이날 대한항공의 타이스를 향한 목적타 서브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타이스의 이날 경기 최종 리시브 시도 횟수는 단 1회였고, 그마저도 퍼펙트 리셉션이었다. 물론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라는 걸출한 리시브를 갖춘 리베로와 임성진, 서재덕이 타이스의 리시브 부담을 최소화해주기 위한 움직임을 취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리시브 시도 횟수 자체가 1회인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타이스의 공격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 특히 하이 볼 상황에서의 결정력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타이스를 향한 목적타를 구사한 뒤 하이 볼 상황을 유도했다면 경기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오히려 이날 너무 많은 하이 볼 상황을 맞이하며 한국전력에 선사했어야 할 어려움을 역으로 겪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41개의 오픈 공격을 시도해 15개를 성공시켰고(성공률 36.59%), 한국전력은 43개를 시도해 21개를 성공시켰다(성공률 48.84%). 이는 당연히 대한항공이 원하는 방향의 지표는 아니다.

지금 대한항공은 분명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반대로 상황이 가장 좋았을 때 어떤 것들이 잘됐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되곤 한다. 대한항공이 3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동안 보여준 강점들은 다양했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수들의 집요한 전술 이행 능력이었다. 상대의 특성에 맞춰 스텝 하나까지 조절하는 기민한 움직임은 곧 빼어난 성과로 이어졌다. 지금 대한항공은 그때의 집요함과 기민함을 떠올리고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그들의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

사진_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